기성시

[김광균] 눈 오는 밤의 시(詩)

김형순 '스키타이' 2022. 12. 22. 15:22

눈 오는 밤의 시() - 김광균. 금융 전문가가 이런 시를 쓰다니 놀랍다. "눈은 추억의 날개 때묻은 꽃다발" 시인은 하얀 눈을 하늘에서 외로운 이들에게 선물로 뿌려주는 꽃다발로 봤나요. 90년 전 시인데 여전히 신선한 감각이(?) 그는 말했다 시란 회화다

 

서울의 어느 어두운 뒷거리에서

이 밤 내 조그만 그림자 위에 눈이 내린다

 

눈은 정다운 옛이야기

남몰래 호젓한 소리를 내고

 

좁은 길에 흩어져

아스피린 분말이 되어 곱-게 빛나고

 

나타샤 같은 계집애가 우산을 쓰고

그 위를 지나간다

 

눈은 추억의 날개 때 묻은 꽃다발

고독한 도시의 이마를 적시고

 

공원의 동상 위에

동무의 하숙 지붕 위에

캬스파처럼 서러운 등불 위에

밤새 쌓인다. 193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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