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한강] 고통이 구원

김형순 '스키타이' 2024. 10. 18. 11:55

<즉흥시 한편> 한강 <고통이 구원>
"인생은 심연 위로 구부러진 거미줄이며,

우리는 가면을 쓴 곡예사처럼 그 위에서 살아간다" - 한강

 

가장 여성적인 작가이기에
가장 세계적인 작가가 되다

광주와 제주의 상처와 고통도

그녀의 글이 닿으면

구원받고 해방되는 길이 열린다

 

그녀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다

써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기에

 

주검마저도 살로 바꾸는

그녀의 에로티시즘은

세계 문학에서 정상급을 달리다

 

롤랑 바르트가 한 말

폐부 찌른다는 '푼크툼(Puncktum)'

그런 탁월한 언어 구사로 빛났다

 

365일 감옥 같은 한국에서

작은 숨구멍 내면서

묵은 한숨과 답답함을 쓸어낸다

 

각고의 노력으로

쉼 없는 갈고닦음으로

세계 최고 문화수출품을 생산하다

 

소곤거리는 목소리

잔잔한 미소

소녀 같은 긴 머리 덮인

그녀의 눈빛은

그윽하고 신비하다

 

그리움마저도

뛰어 넘는 글에 대한

타는 목마름과 배고픔이 있다

 

우리의 망각증에 대한

강력한 경고등을 밝히다

 

그녀는 너무 아프게

글을 쓰기에

아름다움의 높은 경지에 도달한다

 

무력하고 연약해 보이는 상처가

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위대한 힘 있음을 증명하다

 

노벨상을 놓친 문인들

김지하, 박경리, 고은, 황석영을 대신해

노벨 문학상을 받다

 

대중문화인 K-팝 'BTS'에 이어

이제는 고급문화인

'K-문학으로 한류를 이어간다

 

그녀는 서양 평단에서

불가사의하고, 대체불가능한

압도적 불모의 작가로

한국의 카프카로 헤밍웨이로 평가 받다

 

저주받은 광인으로

시대의 예언자로

한반도의

어둔 질곡과 수난을 뚫고 나간다

 

산 자와 죽은 자를

초고속으로 연결해

해원상생의 다리를 놓은

괴력을 지닌 예술적 샤먼이다

20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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