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7

[즉흥시] <가을바람>

[즉흥시] 쓸쓸한 가을바람차갑게내 이마를 스치고멀리 검붉은 노을이물드는 것이차라리장엄하게 보이는 것도오늘은적막한 가을바람마저도풍요롭게느껴지는 것도아파트가하찮은 건물이 아닌설치미술처럼착시가 일어나는 것도거리에낮게 서 있는 가로등이둥근 보름달처럼정겹게 다가오는 것도다 그대 때문이다지금 부는차가운 가을바람이허무한 게 아니라차라리 상서럽게생각되는 것도아이들 노는유쾌한 소리에얇아가는 내 육신의혈기와생기를 넣어주는 것도주변 동네 건물이전시장에 와 있는 듯다 그림처럼 보이는 것도소리 없이바람에 스쳐떨어지는 낙엽소리가시냇물 소리 들리는 것도동네 작은 꽃가게는내 그리움을 피워내는천국 같이 보이는 것도주머니가 비어도슈퍼에서 파는 토마토하도 탐스러워몇 개 사게 되는 것도내 이마를 스치는허전한 가을바람은차라리장엄하게 느껴지는..

자작시 2024.10.30

[한강] 고통이 구원

한강 "인생은 심연 위로 구부러진 거미줄이며, 우리는 가면을 쓴 곡예사처럼 그 위에서 살아간다" - 한강 가장 여성적인 작가이기에가장 세계적인 작가가 되다광주와 제주의 상처와 고통도그녀의 글이 닿으면구원받고 해방되는 길이 열린다 그녀는 죽고 싶어도죽을 수 없었다써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기에 주검마저도 살로 바꾸는그녀의 에로티시즘은세계 문학에서 정상급을 달리다 롤랑 바르트가 한 말폐부 찌른다는 '푼크툼(Puncktum)'그런 탁월한 언어 구사로 빛났다 365일 감옥 같은 한국에서작은 숨구멍 내면서묵은 한숨과 답답함을 쓸어낸다 각고의 노력으로쉼 없는 갈고닦음으로세계 최고 문화수출품을 생산하다 소곤거리는 목소리잔잔한 미소소녀 같은 긴 머리 덮인그녀의 눈빛은그윽하고 신비하다 그리움마저도뛰어 넘는 글에 대한타..

자작시 2024.10.18

[박경리] 샤머니즘

노벨문학상 감인데 / 박경리 시 '샤머니즘' 중에서 앞부분  "우리는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  당신은 생명과 형상과 법칙이 절묘하여 / 가까이 가려고 / 애쓰는 사람이 예술가입니다 //  가장 경외로운 존재 / 사람은 / 당신 속에서 신을 생각합니다 //  힘의 원천 / 억조창생은 / 당신의 힘을 / 조금씩 얻어서 살아왔습니다" // 이어서 후반부를 적어 본다 삶의 터전 / 죽음의 계곡 / 당신은 생과 사를 주관합니다 / 풀잎 한 가닥도 / 바람에 눕혀 살게 하시고 / 공정한 당신은 / 부성과 모성의 일체입니다 //  당신은 태양과 물과 흙의 3위1체입니다 / 일어나소서 //  3000년 잠을 깨고 일어나소서 / 잠 깨어 오소서 / 죽어가는 우리를 잡아주시고 / 오시어 / 생명을 찬미하소서//

기성시 2024.10.06

<나무頌>

즉흥시그대의아름다운 미소가세상을 구하듯나무는오염에 찌든 도시를 구하다나무는 식물 중신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보면 볼수록신령한 분위기를 낸다나무는 한편의시 그 자체이다천지인의 모습을빼닮았다하늘과 땅을우주와 인간을연결시켜주는 중재자다하늘에서 불을 받고땅에서 물을 받아최상의 연금술을 일으킨다우리의 조상들그래서 나무를신목이라고 하지 않았나모든 것을 다주고도안달을 하며더 주고 싶어 한다아무런 대가도 없이불평도 없이 끝까지그렇게 모든 걸아낌없이 주는 나무오염과 공해에 찌든도시의 흐림을푸르게 지켜주고날로 황폐해 가는삶의 쓸쓸함을 막아준다2018.10.01

자작시 202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