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시] 쓸쓸한 가을바람차갑게내 이마를 스치고멀리 검붉은 노을이물드는 것이차라리장엄하게 보이는 것도오늘은적막한 가을바람마저도풍요롭게느껴지는 것도아파트가하찮은 건물이 아닌설치미술처럼착시가 일어나는 것도거리에낮게 서 있는 가로등이둥근 보름달처럼정겹게 다가오는 것도다 그대 때문이다지금 부는차가운 가을바람이허무한 게 아니라차라리 상서럽게생각되는 것도아이들 노는유쾌한 소리에얇아가는 내 육신의혈기와생기를 넣어주는 것도주변 동네 건물이전시장에 와 있는 듯다 그림처럼 보이는 것도소리 없이바람에 스쳐떨어지는 낙엽소리가시냇물 소리 들리는 것도동네 작은 꽃가게는내 그리움을 피워내는천국 같이 보이는 것도주머니가 비어도슈퍼에서 파는 토마토하도 탐스러워몇 개 사게 되는 것도내 이마를 스치는허전한 가을바람은차라리장엄하게 느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