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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눈 오는 밤의 시 - 김광균

[시] 눈 오는 밤의 시 - 김광균서울의 어느 어두운 뒷거리에서이 밤 내 조그만 그림자 우에 눈이 나린다.눈은 정다운 옛이야기남몰래 호젓한 소리를 내고좁은 길에 흩어져아스피린 분말이 되어 곱-게 빛나고나타샤 같은 계집애가 우산을 쓰고그 우를 지나간다.눈은 추억의 날개 때묻은 꽃다발고독한 도시의 이마를 적시고공원의 동상 우에동무의 하숙 지붕 우에카스파처럼 서러운 등불 우에밤새 쌓인다.* 첫눈 올 날이 멀지 않았네요  좋아요  댓글 달기

기성시 2024.11.17

[시] 바다와 나비 -김기림

[시] 바다와 나비 -김기림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어떤 주] 하얗고 연약한 나비와 시퍼렇고 거대한 바다가 선명한 시각적 심상의 대비를 이뤄 냉혹한 현실과 좌절된 나비의 꿈을 노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17

[시] 젊은 시인의 죽음 -김광섭

[시] 젊은 시인의 죽음 -김광섭-고(故) 박인환(朴寅煥)을 묻고 돌아온 밤고요히 말없이 봄비를 받아첫날밤의 눈물로 삼는가흙은 풀린 자리에 태몽을 안고영생의 푸른 잔디를 마련하며멀리 산과 뫼를 부르고 전하여돌아온 육신자의 영혼을 재운다보라 이 사람을 잠시 동안 그가지상에 머물렀던 자취를빛을 보면서 눈을 감고허물어질 벽에 기대이던 곳을이제 그는 가난한 양식의 배정을 끊고한 벌 옷조차 벗고 갔다이로써 죽음은 끝나고 생 이전이 실현되나니아침 저녁 품은 꿈은 젖은 흙에 돌아가 묻힌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