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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람이 좋다
김형순 '스키타이'
2015. 8. 25. 08:50
[낙서시]
초가을 바람
8월 마지막 주
내 몸을 스미며 휘감는
이 바람이 좋다
여름이 다하고
가을이 왔다는 징조인가
노랑바람 초록바람이
내 몸을 물들이고
파랑바람 빨강바람이
내 마음을 스친다
구름이 나에게
어린 꿈을 돌려주고
달콤한 추억을 속삭이고
내 품에 옛 애인을 안겨준다
먹구름 잔뜩 낀 하늘은
바람이 불어와
단색화처럼 단조로우나 정겹다
한강으로 유유히 흐르는
우리 동네개천은
감미로운 바람의 노래 같다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그 위로 흐르는
기세 좋은 기운으로
날 설레게 한다
강물의 흐름이
바람 불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그 무늬가 또한 찬연하다
숨은 본성을
다시 돌려주고
돌아갈 수 없는 본향을
찾게 해준다
다시 모든 그리움을
그리움이게 하니
이 바람이 좋다
201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