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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축제의 도가니

김형순 '스키타이' 2016. 11. 13. 12:29

 

 

 

지금은 축제의 도가니
-즉흥시

 

시청 앞 광장
거대한 물결이다

촛불의 바다이다

 

거기에
남녀애 같은
꽃밭이 피다

 

인류애 같은
별빛이 뜨다

 

소리 없는
깊은 강이
흐르고 있다

 

그 강줄기
어디로 갈지 모른다

 

백남준이 말하는
랜덤 엑세스다

 

인간에게는
이런 해방경험이 중요하다

 

87항쟁의 재현이다
그러나
그때와는 다르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비폭력
평화 촛불이다

 

웃음이 무기이다
걷는 게 시위이다

다른 것 필요없다

 

위선자들의

뚝이 무너졌다
막힌 물이
다시 흐리기 시작했다

 

평등세상
대동세상을 만드려고
100백만이 촛불을 들었다

 

그런데 누가
이 많은 사람들 모이게 했나

 

날씨마저 온화해
하늘이 돕고 있다

 

사랑이 증오를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여기서는
자신만 원하면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배제되지 않는다

 

비정규직은 물론 없고
인간의 차별도 없다

 

610항쟁 30주년을
앞둔 일종의 워밍업이다

 

시위의 아름다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여기야 말로
'엘리아슨' 말대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시장이다
2016.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