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시인의 손
김형순 '스키타이'
2023. 3. 1. 17:04
시인의 손
시인 고은의 손은
처녀보다 더 처녀 같다
섬섬옥수 그 자체다
어찌 그런 손으로
그 숨 막히는
그 가슴 터지게 하는
시를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의 괴짜 기질은
처녀적이고 천재적이다
육탄처럼
폭발하는 그의 화산시(火山詩)가
그런 가냘픈 손끝으로
써진다고 생각하니 우습기까지 하다
아무나 얼싸안고 입맞추며
악수라도 청할 듯한 그의 손은
절박한 우리 원과 한을
뜨겁게,
벅차게,
아프게 노래하며 대변해 주는
우리 시대 최고의 무기다
우리 시대 가장 아름다운 악기다
1988년 5월 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