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강가에 서면
김형순 '스키타이'
2023. 11. 25. 20:18
강가에 서면
강가에 서면
너는 나무가 되고
나는 바람이 되고
네가
내 귀를 간질이면
난 네 속삭임에 숨이 멎고
말없이 서 있는
너 나무여!
네 등에 기대면
내 몸에 바람이 일고
산다는 건
꿈꾸며, 기다리며, 춤추는 것
강가에 서면
넌 푸른 나무이고
난 하얀 바람이고
우린 서로가 다르게
아름다워지고
어린 연인들처럼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되고
199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