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즉흥시] 이 나라에 늦게 나마 가을이 오고
김형순 '스키타이'
2024. 9. 22. 20:18

[즉흥시] 이 나라에 늦게 나마
가을이 오고
바람이
우주의 기운으로 느껴지고
구름이
히말라야 산책처럼 보이고
가로수가
다정한 친구처럼 말을 걸고
지난 여름 초록에
옅은 감빛이 스미고
초저녁 달도
더 맑게 빛이 나고
높은 하늘은
삶의 거룩함을 계시하고
꽉 닫힌
이웃 철문 사이로
작은 빛이 새어나온다
202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