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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이다

김형순 '스키타이' 2008. 9. 23. 17:48

  

 

 

나는 몸이다

- 나의 육체예요. 이토록 나는 정신의 미성년입니다 (고은)


나는 나의 몸에서 시작한다.

나의 시는 나의 몸에서 나온다.

나의 예술적 상상력은 몸에서 나온다.

나는 몸이다.

나는 여자의 몸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의 예술적 상상력은 여자의 몸에서 나온다.

그런 면에서

나는 몸의 상상력을 하는 사람이다.

시나 예술은 프로선수처럼 몸으로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한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그렇게 몸으로 사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악기처럼 잘 가꾸어야 한다.

나에게 유일한 재산은 몸뿐이다.

나는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재주도 없고 오직 몸만 있을 뿐이다.

몸이 없으면 나는 존재하는 않는다.

나는 몸을 시처럼 서정적으로 그림처럼 총체적으로 가다듬고 싶다.

시인을 글을 갈고 닦듯이

화가가 붓으로 온 우주만물을 그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열정을 다 쏟듯이

나는 그렇게 몸을 통해서 인생을 높은 경지의 아름다움에 도달하고 싶다.

나는 아직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른다.

아직도 나의 철학이 없다는 소리다.

철학이 없으니 예술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나에게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몸 철학이다.

김수영시인이 말한 대로 온몸으로 밀고 가는 것이 시이고 예술이다.

잘 모르지만 나는 그것만은 알고 있다.

시와 예술과 인생은 몸이라는 것 그리고 몸에서 시작한다는 것 말이다.

정신과 영혼과 마음도 몸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몸이다.

몸은 나에게 고통과 쾌락을 준다.

그런데 고통이 쾌락이고 쾌락이 고통이다.

둘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

고통의 소리와 쾌락의 소리가 같지 않은가.

모르겠다. 나는 몸이 뭔지

하지만 삶은 몸으로 사는 것이지

한가한 마음이나 고매한 정신이나 불멸의 영혼으로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술은 현대적일수록 몸으로 돌아온다.

인류의 태곳적인 모습 누드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시와 예술의 목적이 아닌겠는가.

그렇다 나는 나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몸이고 그리고 나는 다시 누드로 돌아가야 한다.

2008-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