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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내린 3월의 봄

김형순 '스키타이' 2010. 3. 11. 12:44

 

 

[전문]  글 김덕규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


우리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 갈 때 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대한민국을 보우(保佑)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아직도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772함 수병을 구원(救援)하소서


우리 마흔 여섯 명의 대한(大韓)의 아들들을

차가운 해저(海底)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듯한 집으로 생환(生還)시켜 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 주소서

 

 

 

함박눈 내린

3월의 찬바람 사이로

봄이 흐른다.


온 대지에

파릇파릇

새순 돋아나고

그 부드러운 손길이

여자를 유혹한다.

 

흰눈보다 눈부신

하얀 봄볕이

태양보다 뜨겁게

여자의 몸을 감싼다

 

여자의 살결은

뽀얗게 피어나고

하얀 이 사이로

검은 머릿카락만

봄바람에 휘날린다.


귀를 간지럽히는

봄의 속삭임에

여자는 숨 가빠지고

애욕의 강물이 흐른다

2010.03.10

 

 

시인 김민정 

 

'젖이라는 이름의 좆'

네게 좆이 있다면
내겐 젖이 있다
그러니 과시하지 마라
유치하다면
시작은 다 너로부터 비롯함일지니

어쨌거나 우리 쥐면 한 손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빨면 한 입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썰면 한 접시라는 공통점

(아, 난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 도려냈다고!
이 지극한 공평, 이 아찔한 안도)

섹스를 나눈 뒤
등을 맞대고 잠든 우리
저마다의 심장을 향해 도넛처럼
완전 도-우-넛처럼 잔뜩 오그라들 때
거기 침대 위 큼지막하게 던져진

두 짝의 가슴
두 짝의 불알

어머 착해

 

시인이 된다는 것

 

소수자 중에서도

제3자의 입장을 가지는 거지

 

세상과 담 쌓고

사는 것인가

 

세속과 소통하기보다는

우주와 소통한다는 말이

맞을 걸

 

정말 웃기는

짱뽕이지

 

이 세상에서

자기 밖에 없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지

미쳤지

 

아무도 하지 않은

객적은 소리나 하는

밑바닥 댄디지

2010-03-11

 

 

나는 고통의 축제주의자

 -예수의 수난절에

 

고통은 삶에

영양가를 주는 끼니라고 하던가

고통은 인간을 구원하는

 지름길이라는 깨달음을
오래 전가진 적이 있지만

 

요즘은 그런 무거운 주제엔

관심이 없죠.

소비하고 욕망하는

기호와 환영이 넘치는 요즘엔
그런 말이 어울리지 않죠.


그래도 인간에게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것 같죠
빈부와 인종과 국경을 떠나

 

고집멸도 이게 불교핵심인데
고통이 다한 후에 득도에 이른다.
고진감래의 또 다른 표현 같죠

 

하여간 인간이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그마저도 쾌락으로 생각하는

나 같은 고통의 축제주의자도 있지만

2010.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