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의 힘
윤석남 그림을 보다가
너와지붕에 그린
미인도 너무 아름다워
어쩌면 저렇게 예뻐요
선도 많이 그리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붓의 힘이야
그말에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제목이 생각난다
풀과 돌멩이의 힘도 있고
상상력의 힘은
사유의 힘보다 더 힘이 크겠죠
쓸데없는 것들
하찮은 것들의 힘이라
지극히 작은 자 하나가
바로 나라고 한 성서의 구절도 생각나고
윤석남 선생의 초록방은
너무나 황홀한 거울방이다
존재감이 없는 것들과 열애하는 양혜규
그의 아현동 연작도 그렇다
백남준이야말로
약자의 힘을 비디오로 그리는 작가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뭔지는 아는 자
그것을 바로 약자의 힘이다
21세기의 화두는 여성이고
여성을 과거에 약자였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힘은 정말 세다
히틀러는 가장 센 것 같았으나
가장 허약한 존재일뿐
하찮은 것의 위대함을 깨닫는 순간
역사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다시 알게된다
나는 이념주의자는 아니나
굳이 이야기하라면 좌도 우도 아니고
약자주의자이다
칼의 힘보다는
붓의 힘이 강하듯
텍스트보다는 이미지가 강하듯
나는 작은 바람이 불어도
쉽게 날라가는
아주 미물들의 존재감이 좋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확실히 세다
역사의 마지막 승리자는
결국 약자의 힘을 발휘하는 자인가
괴테가 여성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말은
헛말이 아닌가보다
붓의 힘처럼
풀빛의 힘처럼
힘을 약하면 약할수록 좋다
약하기에 강할 수 있기에...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