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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나의 적

김형순 '스키타이' 2017. 8. 9. 13:23

용감한 남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구한말

시골 처녀보다도

더 수줍디

 

내가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더 기를 못 편다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한다

말도 못 건다

 

그냥 멀리서 바라본다

완전히 관음증이다

 

그런데 이런 성향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떨리고

밥이 맛이 없고

수줍고 어설프고

어눌하다

 

이러니

이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에서

어떻게 연애를 하겠는가

 

연애는

나의 적이다

이 세상에

이렇게 힘든 일이 없다

 

나는 날마다

연애를 죽이기 위해서

사랑을 한다.

목숨을 건 투쟁을 벌린다

 

그것이 바로

내가 신자유주의

금융 자본주의와

싸우는 방식이기도 하다

2017.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