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눈 오는 날

김형순 '스키타이' 2018. 12. 13. 16:03


눈 오는 날

 

삭막하기 그지없는

우리 동네 아파트도

눈 내리는 풍경은 정겹다

 

회화 작품처럼

주변 분위기가 그윽해진다.

 

자연의 오묘한 섭리다.

세상의 모습을 이렇게

순식간에 확 뒤바꿀 줄이야

무슨 사회 혁명처럼

 

우리 동네 아트막 뒷산도

무미건조하고 평범한데

오늘 눈에 조금 내리니

여왕처럼 우아해진다.

 

흙의 향기처럼

하얀 눈 속에서

여자의 살 냄새가 난다.

 

하얀 솜이불 속에

여자의 가는 다리가 보인다

 

우주의 섭리인가

하얀 눈이 그려 논 미인도

경이로울 뿐이다

2018.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