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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정없이 떨어지는 낙엽에 반하다

김형순 '스키타이' 2008. 11. 17. 13:41

 

 

 

사정없이 떨어지는 낙엽에 반하다





나는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이 아니라


사정없이 떨어지는 낙엽에 반하다





낙엽이 폭우처럼 떨어지다


폭설처럼 떨어지다


아니 폭포처럼 떨어지다


폭염의 햇살처럼 그렇게 떨어지다





감미로운 키스처럼


내 우수 어린 얼굴을 뒤덮다





나는 혼 나가고 얼 빠져도


속은 풀리고 마음은 뚫리다





낙엽에도 얼굴과 표정이 있고


색깔과 무늬도 제각각이다


감빛, 노을빛, 가을빛이 황홀하고


빗살무늬, 덧무늬, 민무늬가 참하다





선율의 춤사위가 극에 달하다


실눈 같은 세포가 참 가늘고 귀엽다



내 머리위에 낙엽이


새처럼 꽃처럼 휘날리다





내 얼굴을 후려치는 낙엽은


그 어떤 폭우도 폭포도


이보다 더 쏟아지지는 못할 것이다





내 눈썹을 간지럽히는 낙엽은


그 어떤 폭설도 폭풍도


이보다 더 휘날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사정없이 떨어지는 낙엽에


여지없이 반하다


2008-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