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나의 체질

김형순 '스키타이' 2009. 2. 19. 15:51

 

  내가 좋아하는 부조리 작가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무엘 베케트

 

나는 느끼한 것이 싫다

그래서 부자라 사는 것이 불편했다

나는 어려서 잔디밭과 잔디 깎는 기계가 있는

300평과 500평짜리 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지금 그냥 20-30평 아파트가 편하다

물론 전세로 사는 사람도 있지만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

소위 일류대에 들어가려고 시도한 적은 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시험에 실패한 것이

훨씬 다행이다

나를 편하고 하고 자유롭게 한다.

학벌에 얽매이는 것도 그리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좋은 대학 나온

김지하나 김민기 등

몇몇 천재들은 부러워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역시 느끼한 일이다.

나도 10년 이상교사생활도 해 봤지만

이 역시 느끼하다

학생들 앞에서 지키지도 못하는

좋은 말을 수없이 늘어놓아야 하다니

이것은 또한 지옥이다.

교과서출판사도 다녀봤는데

이는 교사보단 좀 낫다

거기에 자신의 입장이 반영되고

더 창의적일 수 있기에

만약 내가 검사라면

얼마나 마음이 불편할까 싶다

속이 느글느글해 토할 것이다.

부자로 살아본 나로서

부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느끼한 지 난 잘 안다.

그래서 그것이 싫다

가능한 돈을 벌지 않으려고 한다.

일류대 나와서

삼성 등 대기업에 다녀도

단지 월급이 조금 많을 뿐

그것이 임금노예라는 면에서는 변함이 없다.

단지 멋지게 보이고 그럴듯하게 보이는

대단히 인기가 높은 고급임금노예일 뿐이다

의사나 판사나 건축사나 별 차이가 없다.

하긴 그런 사람들은 경제적 보상이라도 받으니

그래도 난 싫다

내 능력도 안 되지만

하긴 요즘 나도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자유롭고 무엇보다 느끼하지 않아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게 되니 즐겁다

이런 자유도 하긴 나이가 들어서야 가능해졌지만

하늘에 나에게 준 몇 번의 실패가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숨겨진 전략이라는 것이 이제야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하늘의 섭리를 믿는다.

앞으로 나를 비우고 남을 채우는

정신을 비우고 육체를 채우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단순하게 사는 것이

느끼하게 않게 사는 지름길 아닌가싶다.

2009-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