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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찬욱이 고맙다

김형순 '스키타이' 2009. 5. 8. 08:10
 

 

 연합뉴스 저작권

 

 

 

나는 박찬욱이 고맙다

 

박 감독은 시사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곳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아주 반갑다”면서도 “뼛속까지 한국 사람인 나의 영화는 한국 사람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내겐 한국 관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화를 만드는 행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관객한테 질문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 질문은 자극적이어야 한다. 질문이 자극적이지 않으면 근본적인 질문을 회피하려는 게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경향신문 중에서


나는 박찬욱이 고맙다

나는 그가 백남준만큼이나 고맙다

나는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나는 그의 영화를 별로 감상할 줄 모른다.

그래로 박찬욱이 좋다.

그가 한국에 산다는 것인 얼마나 즐거운가

그는 독서량이 많은 감독이라 좋다

게다가 철학을 전공했으니

영화의 기초자본이 튼튼하니 내 마음도 든든하다.

그리고 배우를 제대로 캐스팅할 줄 안다

나는 스토리를 싫어한다.

그래서 TV를 안 본다.

드라마는 더더욱 안 본다

나는 박찬욱이

우리시대 우상과 터부를 깨줄 알기에 좋다

격렬한 섹스와

소름끼치는 복수극과

피투성이의 폭력의 악순환으로

평화와 행복을 그리는 영화디자이너이다

낯설지 않은 것도

낯설게 보게 한다

관객 조롱하기

그는 관객에게 쓴 소리하기를 즐긴다.

아부하지 않는 감독이다

무질서의 혼란에 빠지게 해놓고

관객 스스로 진정한 길을 찾게 한다

그러나 저러나 그의 영화를 보기는 봐야 하는데

이번에도 또 그의 영화를 끝까지 다 못 볼지 모른다.

68년 경 프랑스영화를 생각하게 한다.

장 뤽 고다르의 흔적이 묻어있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나는 남자에게 보물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데

그는 보물이다.

한국이 그에게 해 준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양식을 준다

우리는 그에게 크게 빚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니 그에게 공로상이 아니라

마음의 꽃다발을 돌려줘야 한다.

천재임에도 천재 티가 안 나는 것이 좋다

나는 그의 영화를 거의 보지 않고

이렇게 그에게 오마주를 보내는 것이 우습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박찬욱 그는 영화감독으로

한 나라 문화대사의 총아로  

시인으로 철학자로 시대를 내다보는 비평가로

영상의 비전주의자로

아니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을

다 합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저러나

이번 그의 영화 박쥐는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나의 지독한 영화혐오증을 없애야겠다.

200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