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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찬욱이 고맙다
박 감독은 시사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곳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아주 반갑다”면서도 “뼛속까지 한국 사람인 나의 영화는 한국 사람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내겐 한국 관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화를 만드는 행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관객한테 질문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 질문은 자극적이어야 한다. 질문이 자극적이지 않으면 근본적인 질문을 회피하려는 게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경향신문 중에서
나는 박찬욱이 고맙다
나는 그가 백남준만큼이나 고맙다
나는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나는 그의 영화를 별로 감상할 줄 모른다.
그래로 박찬욱이 좋다.
그가 한국에 산다는 것인 얼마나 즐거운가
그는 독서량이 많은 감독이라 좋다
게다가 철학을 전공했으니
영화의 기초자본이 튼튼하니 내 마음도 든든하다.
그리고 배우를 제대로 캐스팅할 줄 안다
나는 스토리를 싫어한다.
그래서 TV를 안 본다.
드라마는 더더욱 안 본다
나는 박찬욱이
우리시대 우상과 터부를 깨줄 알기에 좋다
격렬한 섹스와
소름끼치는 복수극과
피투성이의 폭력의 악순환으로
평화와 행복을 그리는 영화디자이너이다
낯설지 않은 것도
낯설게 보게 한다
관객 조롱하기
그는 관객에게 쓴 소리하기를 즐긴다.
아부하지 않는 감독이다
무질서의 혼란에 빠지게 해놓고
관객 스스로 진정한 길을 찾게 한다
그러나 저러나 그의 영화를 보기는 봐야 하는데
이번에도 또 그의 영화를 끝까지 다 못 볼지 모른다.
68년 경 프랑스영화를 생각하게 한다.
장 뤽 고다르의 흔적이 묻어있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나는 남자에게 보물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데
그는 보물이다.
한국이 그에게 해 준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양식을 준다
우리는 그에게 크게 빚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니 그에게 공로상이 아니라
마음의 꽃다발을 돌려줘야 한다.
천재임에도 천재 티가 안 나는 것이 좋다
나는 그의 영화를 거의 보지 않고
이렇게 그에게 오마주를 보내는 것이 우습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박찬욱 그는 영화감독으로
한 나라 문화대사의 총아로
시인으로 철학자로 시대를 내다보는 비평가로
영상의 비전주의자로
아니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을
다 합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저러나
이번 그의 영화 박쥐는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나의 지독한 영화혐오증을 없애야겠다.
200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