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바다에 몸 던지다
- 박진화를 위하여
그는 촛불바다에
초개와 같이
몸 그림을 던지며
2002년 붉은 악마처럼
뜨겁게 타오른다
그의 오랜 꿈과
간절한 염원
뜨거운 열망이
광장의 등불로 되살아나고
그 너른 바다에 빠져
개구쟁이처럼 물장구친다
어머니손길처럼
부드러운 물결에 몸 비빈다
이런 그림 보니
내 몸 목욕한 듯 가뿐하고
기운도 충전 되고
눈물 실컷 흘린 후 시원함도 온다
시인 같은
순수를 지닌 박진화
내가 20대 알았던 유일한 화가
그가 지금 다시 촛불바다를 걷는다
세잔에 반해 그림 시작하더니
1985년엔 민중작가로 감옥도 가더니
이제 다시 촛불의 혼 되어
우릴 출렁이고 울렁인다
그만의 적청황과 보랏빛이
청보리빛처럼 마냥 푸르러
더없이 뜨겁게 타오르는구나
죽음의 파도도 넘길 만큼
어떤 절망과 좌절도 이길 만큼
그 기개와 기운이 그림에 넘치는구나
그도 한때 회의에 빠져
귀향도 하고 잠시 방황했지만
인터넷 세대의 촛불로
다시 강렬한 붓쟁이로 돌아왔구나
골방이아닌 광장에서
그가 열망하고 그리워하고 동경했던
그런 광선와 혼불과 신명을 다시 찾았다
5월 어둠이 깊어 가는 밤에
맛본 입단촛불의 군상을 어찌 잊으랴
르누아르의 황홀한 미녀도보다
수백 배 수천 배 사람들
흥분시키고 들뜨게 하지 않았나
작은 불빛 모여
장엄하고 웅장한 바다 이뤄
눈물겹도록 춤추는 싶은 곳에서
성적 오르가슴도 느끼지 않았던가
가진 것은 별로지만
그는 순전히 촛불의 위력으로
강화도에 그의 미술관까지 내고
그가 내게 여러 번 오라했건만
나 게으름 피우다 아직 못가고
미안해 여기서 그의 그림 시로 노래할 뿐
우리 전통오방색에
인상파풍 세련된 색채를
비빔밥처럼 맛있게 비벼 상 차렸구나
그도 이제 완숙한 50대
숨겨 논 재능과 열정이 여지없이 들통 내며
촛불처럼 그렇게 또 타오르는구나
때론 정감어린 색채로
때론 정열적인 색감으로 그린
이런 촛불화만으로도
그는 오래오래 기억되리라
2009-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