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주리
올 가을은 재난이다
- 가을바람은 재난이다 최영미 시 중에서
올 가을은 재난이다
추악하고 아픈 이런 가을도 있나
속을 뒤집어놓는다
불안하다.
안절부절 하지 못한다
ⓒ Philippe Bissières - Photographie B. Huet-Tutti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잠자리가 불편하다
많이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몸이 땅 속으로 자꾸 꺼진다
감정마저도 엷어진다
기진맥진이다
요즘 가을 날씨처럼
하루가 지랄 같다
4대강사업으로
배추가 이렇게 비싸질 줄 누구 알았으랴
김치를 제대로 먹은지 오래됐지만
이젠 그마저 그림이 떡이 되려나
머리가 돈다
죽음이 내 곁에 와 날 조롱한다
가을햇살은
투명하나 기울어진 것이다.
가을을 재난으로 생각한 적은
내 생애에 처음이다
가을에는 윤동주의
맑고 푸른 바람을 노래했건만
2010 가을은 절대절망이다
여기저기서 황사 같은
아우성이 일어난다
그것이 심상치 않다
그냥 넘어가는 하루가 없다
뭔가 일이 터진다
사람이나 사건이 문제의 휘말린다
돈이 우리를 너무 강하게 지배한다
우린 빈부에 관계없이
다 돈 버는 기계 아니 노예다
스스로 과소비에 갇혀
자신의 살과 피를 물어뜯는다
청와대에서 나오는 소리는
세상을 돌게 한다
나날이 강압적이고
명령조다
ⓒ 김수자
모든 말이 사기가 되어간다
갈가리 갈라놓는다
마음에 찢어진 깃발 같다
옳은 것이 죽었다.
언론이 방송이 바로 그렸다
거짓말이 더 위세를 부린다
시기 잘 치면 능력이 된다
연애를 안 되고 섹스도 그렇다
사람들 눈빛에 광채가 사라졌다
구름과 데이트를 할 수가 없다
날마다 속에 불을 지룬다
맨날 울화통이다.
ⓒ Marguerite
표정에 웃음이들어갈 틈이 없다
TV안에서 가짜 웃음만 판 친다
유신시대에도 이렇게까지
절망적이지는 않았는데
그때는 희망이라도 가졌는데
이젠 그런 열정도 없다
그냥 돈의 신에게 모든 걸 맡긴다
그 앞에 모두 무릎을 끓는다
ⓒ Bruce Nauman
이런 판국에 자본의 신 믿는 미국에서
브루스 나우가 신이 되는 건
그가 돈의 지배를 거부해서 인가
참 아이러니다.
우리는 날마다
돈이라는 단두대 위에서
하루에 3번 사형언도 당한다
속도와 소비의 신전에서
날마다 죽음과 절망을 경배한다
ⓒ 황주리
가을은 재난이다
허나 아무도 재난선포를 하지 않는다
광화문이 기습폭우로 물 잠겨도
보상만 받으면 되지 뭐
뭐가 걱정이냐고 한다
ⓒ 서영선
강은 천 년 만 년을 흐르는 것인데
그것을 1-2년 안에 다 다스리겠단다
앞으론 산도 다 걷어치려 할 것이다
치산치수는 모든 정치에 근본이나
기본이 없는 정치에서 뭘 할 수 있다
그래서 노자는 반대가 진리라 했건만
그 말은 진실의 시대가 오지 않는다는 뜻인가
요즘은 거짓말이 참말이다
속이는 것은 정상이다
남을 등쳐먹는 것이 상식이다
여기에서 예외가 없다
너나 나나 다 그렇다
식민시대와 독재시대 배운 것
지독한 악덕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 김수자
우린 언제
분단 넘어 군사권을 가진 독립국이 되나
인간의 얼굴을 하고 사나
2010 올 가을은 재난이다.
이 쓸쓸하고 허전함 마음을
어찌 다스릴 것인가
이 불안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찌 이겨낼 것인가
2010.09.30
시 소개 99살 일본 할머니가 쓴 처녀시집 중
秘密 (비밀)
私ね 死にたいって 나 말야, 죽고 싶다고
思ったことが 생각한 적이
何度もあったの 몇 번이나 있었어
でも 詩を作り始めて 그렇지만 시를 쓰면서
多くの人に励まされ 사람들에게 격려받으며
今はもう 이제는 더 이상
泣きごとは言わない 우는 소리는 하지 않아
九十八歳でも 아흔 여덟 살에도
恋はするのよ 사랑은 한다고
夢だってみるの 꿈도 꾼다고
雲にだって乗りたいわ 구름이라도 오르고 싶다고
- 시집 くじけないで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