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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이고 사는 사람들

김형순 '스키타이' 2013. 8. 2. 22:30

 

 

 

 

고개를 숙이고 사는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 폰을 본다

 

길에서

카페에서

지하철에서

 

거기에서

금광이라도 나올 듯이

그렇게

작은 화면을

보고 또 본다

 

멀리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고

화면만 보니

도시풍경이 너무 획일적이고

삭막하다

 

강남이나 강북이나

별 차이가 없다

 

남녀노소가 별로 다르지 않다

 

심지어 젊은 연인들은

데이트를 하면서도

서로를 안보고

작가 화면을 본다

 

사실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그 속에 나에게

관심을 두고 날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그럴 것이다

 

그 화면을 보는 것은

결굴 나의 외로움을 가리고 싶은 것이다

내가 너무나 사랑에 허기지다는 몸부림을 그렇게 하는 것이다

 

가끔은 산도 보고 구름도 보고

멀리 보면서

그것도 봐야 하는데

마냥 아래만 내려다 본다

 

결국 소통인데

첨단기구를 가지고 소통과는 정반대로 간다

 

우울증과 자살이 많다는 것은

친밀감을 둘 데가 없다는 소린데

 

거기에만 올인한다

그만큼 중독이고

현대인들이 불행하고

외롭다는 증거다.

 

내가 뭘 좋아하고

내가 왜 사는지를 아는 사람은

밀착형으로 살지 않는다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다

 

인생은

너무 가까이보면 안 본인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봐야

뭔가 보인다

 

그것이 바로

음악에서는 쉼표이고

미술에서는 여백이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거리를 두고 보면

코를 박고 살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왜들 기운 없는 사람들처럼 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지

2013.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