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고향 뉴욕
백남준은 왜 뉴욕을 좋아했을까
간단하다
우선 시끄럽다
노느라 시끄럽고
이야기를 즐기느라고 시끄럽고
철강문화라 지하철이 귀가 찢어지는 것 같다
그런 소음을 존 케이지는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 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나고 아름답다
그리고 혼란이다
카오스 랜덤 액서스
백남준이 그렇게 좋아하는 세계다
낙서천국이다
벽에 하다못해
자신의 몸에도 온통 낙서다
그런 게 생활예술이다
일종의 배설인데
이것 없이는 예술이 안 된다
엄청나게 지저분하다
깨끗한 곳에서 절대 예술이 나오지 않는다
예술은 퇴폐다 데카당이다
그리고
놀이터의 어린이가 좋고
예술지망자가 인구비례로볼때
엄청나게 많다
무슨 짓을 해도 방해가 없다
그만큼 예술가를 우대한다는 뜻이다
모든 걸 개인의 자율에 맡긴다
언론의 자유와 창조의 자유라는
법칙이 통한다
백남준을 미치게 하는 요인이다
예술가에게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뉴욕이다
전 세계 인종이 다 있다
영어보다 다른 외국어다 더 많이 들린다
이런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진정한 예술이 나온다
뉴욕여자가 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
이런 자유분방함
사랑의 표현에서 거침이 없다
인종의 구분을 떠나 사랑한다
절대 체면이고 위엄이고 과시고 으름장이 없다
자신이 창조자가 되면 그만이다
종교니 이념이나 철학이니
이런 것보다 일상에서
축제를 얼마나 멋지게 만드느냐가
이곳의 최고의 가치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이 지상에 최후의 만찬처럼
날마다 밥과 술과 미의 공동체가 유토피아다
네트워킹과 퓨전이 그래서
백남준의 이상은 동서의 하나됨이
실험적으로 가능한 곳이다
뉴욕 그래서 백남준은 이 도시를 사랑했나
201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