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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김형순 '스키타이' 2018. 3. 16. 10:38












[즉흥시] 봄비

봄비라 
10대에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
지금도 감당하기 힘들다

새과 꽃과 나무
하늘과 바람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설렘은 그 지조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솟아오른 
우주가 목이 말라
물기가 필요했던 것인가

봄비는
시절의 새 전주곡인가

물과 불의 오묘한
융합인가
이게 음양의 조화인가
우주의 원리인가

햇살이 이렇게 따뜻하고
내 살결에 이렇게
부드러워도 되는가

새봄에도 지구촌에 
난민은 날로 늘고 있다

봄비는 과연 
굳은살 같은
내 무신경을 치유할 수 있나

봄비가 내리니
여성은
경이로운 신으로 
다시 깨워 난다

그런데 
오늘 호킹 
이런 우주가 뭔가를 
평생 묻다 죽었다

그가 말한 블랙홀로 
어린왕자처럼 
깊이 빨려 들어갔다

16세기 화담도
“혼돈이 시작되었을 때 
음양오행은 누가 움직이게 했나?“
호킹과 같은 질문을 했다

위대한 질문은 
동서가 다름없다 
이런 날에 하지 않았을까

봄비는
우주의 순환가인가
대지를 싹 쓸어
다시 청소하는 전령사인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봄비는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바로 우리가 아닌가

봄비 오는 날
이제 우리는 다시 
그 처음 설렘으로 돌아가
우리의 본질을 묻는다
2018.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