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비로소
말 한마디 할 기력도 없을 때
난 시인이 된다
손 한 번 흔들어 볼
기운이 없을 때
나는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 흐른다
몸이 흐느적거릴 때
머리가 은(銀)처럼 맑아진다던
한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시는 몸에서
열․힘․혼을 다 빼놓곤
한 줌의 바람 같은 말을 주고.
한 줄기의 섬광(閃光) 같은 꿈을 준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같은
시와 환희와 열락과 함께
죽음의 유혹과 삶의 엑스타시를 준다
몸이 허물어질수록
빛은 강해지고, 창은 열린다.
1997. 02.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