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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젊은 시인의 죽음 -김광섭

김형순 '스키타이' 2024. 11. 17. 13:16
[시] 젊은 시인의 죽음 -김광섭
-고(故) 박인환(朴寅煥)을 묻고 돌아온 밤
고요히 말없이 봄비를 받아
첫날밤의 눈물로 삼는가
흙은 풀린 자리에 태몽을 안고
영생의 푸른 잔디를 마련하며
멀리 산과 뫼를 부르고 전하여
돌아온 육신자의 영혼을 재운다
보라 이 사람을 잠시 동안 그가
지상에 머물렀던 자취를
빛을 보면서 눈을 감고
허물어질 벽에 기대이던 곳을
이제 그는 가난한 양식의 배정을 끊고
한 벌 옷조차 벗고 갔다
이로써 죽음은 끝나고 생 이전이 실현되나니
아침 저녁 품은 꿈은 젖은 흙에 돌아가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