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21일 찍은 사진
내가 시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
내가 시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시위가 나갔다가
엄청나게 맞아야 할 순간에
도망을 치기 때문이다.
함민복시인처럼
죽도록 얻어맞고
병원에 실려 갈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도망만 다녔지
나는 그런 적이 없다.
610항쟁 때도 시위에 나갔지만
열심히 도망 다녔다
싸우는 것이 귀찮다는 핑계로
겁을 더럭 먹고 있으니
절실한 시가 나오지 않는다.
강화도 시골 흙집에서
조용히 사는 시인 함민복
그가 지난 6·29, 속이구날에
그렇게 몽둥이, 방패, 쇠파이프로 맞아
머리와 어깨와 온몸이 깨지고 찍혀
그렇게 입원 중인 건 몰랐다
정말 미안하다
그는 내 대신 그렇게 된 것이다
나는 늘 비겁하다
그래서 나는 정말 시인이 되지 못한다.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난 항상 없기 때문이다.
2008-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