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gle Eye 1996
프랑스혁명200주년기념 로봇 혁명가 저작권 Quentin Bertoux
백남준 말했다
태초에 로봇이 있었다.
백남준은 로봇에 호흡을 집어넣어 사람이 되게 하였다
조물주는 말했다.
태초에 흙과 바람이 있었다.
조물주는 흙과 바람에 호흡을 집어넣어 사람이 되게 하였다
백남준의 원리는 조물주의 원리와 같다.
결국 흙과 기계를 인간이 되게 했다.
2010.5.30
앤디워홀 1994 브릴로상자가 보이네요
백남준도
앤디워홀 로봇도 만들었네요
몰랐던 사실이다
<추가시>
김선우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중에서 짧은 시 몇 편 소개
하나,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오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그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둘, 꽃나무
꽃이 지고
누운 꽃은 말이 없고
딱 한마리 멧개가
몸을 튕겨가는 딱 그만한 천지
하늘 겹겹 분분하다
낮눈처럼 그렇게
꽃이 눕고
누운 꽃이
일생에 단 한 번
자기의 밑을 올려다본다
셋, 그러니 애인아 - 늙은 진이의 말품으로
바람에 출렁이는 밀밭 보면 알 수 있네
한 반향으로 불고 있다고 생각되는 바람이
실은 얼마나 여러 갈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배가 떠날 때 어떤 이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어떤 이는 뭍을 바라보지
그러니 애인아 울지 말아라
봄처럼 가을꽃도 첫마음으로 피는 것이니
한 발짝 한 발짝 함부로 딛지나 말아주렴
넷, 거미
새벽잠 들려는데 이미가 간질거려
사박사박 소금밭 디디듯 익술한 느낌
더듬어보니, 그다
무거운 나를 이고 살아주는
천장의 어디쯤에
보이지 않는 실끈의 뿌리를 심은 걸까
나의 어디쯤에 발 딛고 싶어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발은 혼처럼 가볍고
가벼움이 나를 흔들어
아득한 태풍이 시작하곤 하였다
내 이마를 건너가는 가여운 사랑아
오늘 밤 기꺼이 너에게 묶인다
***나의 시론
시는 메시지가 아니고 이미지다
그런데 이런 걸 알지만 시에 담는 것은 나에게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유머이고 음악이다.
검은 꽃잎들
조용미
목련의 꽃잎을 그냥 희다고 해야 할까
마당을 울리며 떨어져내리는
목련, 지는 소리
뿌리 뽑히듯 천천히 땅으로 내려 앉는
저 꽃의 사나운 운명을
단지 짧은 봄의 날짜 탓으로 돌려야 할까
목이 메이도록 아픈 흰빛은
지상으로 내려와
물기를 다 내어보내고 침향색으로,
검은 빛으로 오그라들어
마침내 흩어진다
아득한 기억 위로 끝없이 떨어져내리는
희고 어두운 꽃잎들,
비내리고 바람불어
불두화 작은 꽃들
다 흩어져내려 상여 같은 흰 길이 생겨났다
적멸에 든 작은 꽃송이들,
부처의 머리가 달아났다
나발들 흩어져 하얗게 쌓인 앞뜰
바람에 나부끼는 부처의 머리칼들
난폭한 봄이 도발해낸 아픔은 천천히
검은 빛으로 변해간다
ㅡ시집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창작과 비평사(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