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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묘비 앞에서

김형순 '스키타이' 2011. 11. 4. 21:58

 

 

1989년 파리에서 찍다

하이네 묘비 앞에서

 

사회 혁명을 꿈꾸다

자신의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방랑의 시인, 고독의 시인

 

 

정치탄압과 대중의 질시 속에

외롭게 죽어 간 시인

 

 

여인의 사람과

민중의 사랑이 하나였던 그대는

지금도 살아 있소

 

 

내가 그대 묘비 앞에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한 낯선 여자가 그대의 묘비가

어디 있냐고 묻고 있었소

 

 

보시오 그대는

온 인류로부터 칭송 받는 시인이오

시의 제왕이오

 

 

그대 비록 여기에서

객사했다고 해서 너무 슬퍼 마소

나도 그댈 만나러

아시아에서 먼 여기까지 오지 않았소

 

 

그대 앞에 서면

한 시대를

고뇌한 지식인의 얼굴이 보이오

 

 

비장감마저 드는 그대 흉상은

여전히 아름답소

 

나 그대 떠나더라도

나뿐만 아니라

고통당하는 모든 이를 위해

계속 시를 많이 읊어주오

1989.8.8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