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회 베니스비엔날레 '파올로 바라타'위원장과 '크리스틴 마셀' 수석큐레이터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이다. 다음 베니스비엔날레는 본 전시에 앞선 사전전시로 DMZ에서 한반도화해와 세계평화를 위한 비엔날레행사도 같이 열리게 되기를 제안한다. -기자의 말
베니스비엔날레 파올로 바라타위원장과 크리스틴 마셀 수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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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니스비엔날레 파올로 바라타위원장(Paolo Baratta)님과 크리스틴 마셀(Christine Macel) 수석큐레이터님 안녕하세요? 나는 먼저 두 분께 오마이뉴스 독립기자인 저를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 초대해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 명예의 보답으로 다음 베니스비엔날레를 위한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2] 우리는 지금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화합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더 많은 언어와 더 다양한 문화도 배워야 합니다. 돈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인류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섭니다. 백남준이 6개 국어를 배운 것은 소통과 정보를 중시했기 때문이 아닌가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문화예술을 통한 편견 없이 경계 없이 상호이해와 교류를 도모하며 마음을 여는 일입니다.
[3] 우리는 IS가 왜 테러집단이 되었는지 예술가의 심정으로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거기에는 인류의 공동과제인 빈부와 지역의 격차, 인종차별 등 많은 문제가 도시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매몰당하거나 배제당한 경험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런 저런 소외감이 그들에게 맹목적인 증오를 낳고 극단적 행동을 낳은 게 아닐까요? 테러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그들도 살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합니다.
[4] 인도의 시성 '타고르(R. Tagore 1861-1941)'는 일찍이 한국을 일컬어 '동방의 등불'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지난 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 간 후퇴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교회가 아닌 거리에서 예배처럼 한 건의 사고도 없이 평화로운 순례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것은 단지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의 분쟁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한국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고 통일이 된다는 건 곧바로 세계의 평화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5] 그런 면에서 우리도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세계의 예술가들이 지지해주면 좋겠습니다. 이번 57회 베니스비엔날레도 한국이 그럴 수 있도록 작은 몫을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바라타 위원장님도 "예술적 행위란 현대에 있어 저항과 자유와 관용의 행위다"라고 하셨고, 마셀 큐레이터님도 "예술은 인류의 마지막 보루이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6] 올 비엔날레의 정신은 1984년 빅브라더(Big brother is watching you) 시대에 대한 인류공동체의 대안으로 백남준이 내놓은 위성아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Good Morning Mr. Orwell)'에서 제시한 메시지와 완벽하게 같습니다. 30여년에 지난 지금 이제 우리는 그런 백남준의 숭고한 인류의 하나됨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7] 백남준은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서울에서 방송할 때 한국의 KBS 프로듀서에게 "칼과 피, 고통과 증오, 살육과 침략으로 얼룩진 전쟁터 같은 지구촌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 가슴과 가슴 그리고 기술을 한데 묶어 세계를 다스리는 나만의 칭기즈칸 세상을 내놓게 되었다"라는 의견을 피력한 데서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8] 백남준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빠르게 온 인류가 소통하고 발전하는 코뮌세상을 열망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발병한 것이 바로 '전자초고속도로'이고 이것이 나중에 '인터넷'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백남준은 이런 인터넷을 '에스페란토'라고도 했습니다.
[9] 인터넷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과 같이 인류에게 소통의 속도에서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다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만으로 인류가 화합하고 소통하기 힘듭니다. 바로 이런 대안으로 우리는 베니스비엔날레 같은 번역이 필요 없는 시각언어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새로운 에스페란토어'입니다.
[10] 지구촌 사람이 모두 함께 모여 서로 양해하고 연합하고 우애를 나눌 수 있는 문화예술의 축제인 비엔날레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1] 이런 새로운 에스페란도 정신의 연장으로 올 <카셀 도큐멘타2017)>는 본 전시에 앞서, 서양문화의 원류인 예술과 철학을 찾아가려고 아테네에서 사전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처럼 나는 다음 베니스비엔날레는 본 전시에 앞서 한국 DMZ에서 한반도와 세계평화의 초석이 되는 사전전시를 하자고 제안하는 바입니다.
[12] 한국 서울에서는 이미 아트선재센터에서 김선정 디렉터는 주한독일문화원 등의 지원으로 10년간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REAL DMZ PROJECT)'를 해오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2년 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임흥순 작가가 은사자상을 받을 정도로 이제 한국문화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런 일을 할 만큼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13]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의 주제가 "예술로 온 인류가 예외 없이 모두 찬가와 축제의 '만만세'를 부르는 것(Viva Arte Viva)"이 아닙니까? 전 세계는 지금 테러에 떨고 공포에 신음하는 있습니다, 이런 초긴장 속에서 온 인류는 숨이 막혀 기진맥진하고 있습니다.
[14] 예술과 문화를 통해 우리는 이들을 다시 살려내야 합니다. 인류가 모두 다시 하나 되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누리는 지구촌을 만들어 가는데 일익을 담당해야 합니다.
[15] 이번에 존경하는 바라타 위원장님과 마셀 예술감독의 노고와 많은 작가들, 큐레이터, 전시기획자들, 행사관계자들, 자원봉사자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이번 57회 베니스비엔날레가 그 어느 때보다 성공하기를 빕니다. 이 행사가 끝나면 모든 관련된 사람이 다 만세를 부를 수 있는 그래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훌륭한 행사가 되길 바랍니다.
[16] '추신(PS)', 이 제안이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성사되기 어렵다면 2022년 카셀 도큐멘타 사전전시(pre program)에도 다시 제안하고 싶습니다. -2017년 4월 21일 *김형순 미술저널리스트 201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