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비디오 위성아트 보고 나서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년 뉴욕과 파리. 1984년 1월 2일 서울 내 방에서 적다. * 내가 이 낙서를 적은 기억이 안 나는데 옛날 노트에 남아있네요. 문장은 논리도 없고 터무니없이 거칠지만 백남준 예술세계의 본질은 제대로 잡아낸 것 같다.
백남준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나이
그는 일찍
이 나라를 떠나서
유럽과 미국에서 공부했고
거기서
획기적인 비디오아트라는
변형된 전자적 영상을 꿈꾸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이들에게
고정관념의 못을 빼고
마치 한 장의 화폭처럼
비디오 화면이라는 좁은 공간 속에서
그렇게 수천 개 수만 개
음향과 빛깔과 영상을 수놓으며
인간의 깊은 꿈과 환영을 심어주고
바보상자와 악마 그림을 삼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전위적 몸짓으로
우리의 혼령을
서구의 코 높은 족속들에게
불어 넣어주었으니
이 얼마나 통쾌한 쾌거인가!
그는 오늘 모든 걸 파괴하고
그리고 모든 걸 창출했다.
그의 비디오아트는 우선 재미가 있고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우리의 검은 풍자의 슬픈 표정도 서려 있다
그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비디오 상상을 우리의 굳은살 속에
박아놓고 웃고 있다
서구의 가장 혁신적인
비디오 전자장치와
동양의 선 사상을 연결하고 있으니
그것은 결국 동서양의
극적인 화합이자 조화의 시도가 아닌가.
그 어느 날
우리 학교 미술선생이
열을 올리며 나에게 설명해주던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을
드디어 나는 오늘 접신했다.
그의 작은 체구 속에는
무사히 많은 그림과 음악이 있고
우리가 다 소화 못 시킬
꿈과 엉뚱한 상상이 있다.
그는 비디오 껍데기를 까버리고
그 알맹이를 표출했다.
그는 결국, 우리가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그는 뭣보다 삶의 순위를
바로 세우기를 바란다고 할까.
그의 전자아트라는 전위적 실험이
세게적으로 저명한
시인과 화가와 작곡가와 만났지만
거기에 매몰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로부터 튕겨 나와
유일자가 되었다.
그의 이상한 예술에
모두 그를 비웃고 얕잡아볼 때
그는 누구보다 더 뜨겁고 강렬하게
비디오아트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는 모두를 감시하는 '빅부라더'라는
큰 탱크를 쳐부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포탄과 폭약을
비디오에 장치했고
그의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빅부라더'를 밟아 뭉갰다
그는 오늘 1984년 1월 1일 파리에서
굿모닝 미스터 오웰 연출하여
뉴욕과 전 세계에
그의 비디오 위성을 송출했다.
오늘 그는 비디오가 결코
독재자의 독점물이 아니라
예술가의 위대한 창조물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1984년 1월 2일 비디오 위성아트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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