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내 어린 시절 유토피아, 열 가지 천국

김형순 '스키타이' 2022. 5. 6. 10:11

<나의 어린 시절 유토피아 같은 열 가지 천국>

 



어려서 마산에 살 때

아침에 일어나면 눈부시게

내 눈가를 간지럽히는

그 찬란한 아침 햇살에

늘 가슴 설레었고

치명적으로

사람의 코를 자극하는

하얀 꽃으로 피는 치자 향기와

붉은 장미가 주는

향긋하고 달콤한 내음

내 몸으로 침투해 진동했지

내 머리카락은 돗섬이 보이는

그 시원하고 상쾌한

바닷바람의 터치에

마냥 휘날렸지

양지바른 온실에서

울긋불긋 피어나는 선인장의

갖가지 신비한 색채에 물들었고,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한복을 입을 때,

그 촉감과 환상적인 착용감에

내가 마치 바람이 되어

하늘을 날 것 같았어.

마산 가포 해수욕장

가기 위해

선박을 타 보게 되면

출렁이는 파도 소리

내 귀는 소라껍데기가 됐지.

마산 어디나

그 풍성한 상록 활엽수 등 

정원수들 사이로 보이는

석류 속 확 터진 모습이 경이로웠지

 

집 뒤에 대나무밭

거기서 캔 죽순으로 만든

요리를 즐겼던 추억과

집 입구에

살구나무와 모과나무가

햇살에 반짝이면

더욱 빛나는 동백잎이여

나뭇결이 늘씬한

여인의 다리처럼 미끈한

감나무와 그 옆에 바로

여름 철 수박을 시원하게

담겨 두는 우물이 있었고,


유명사찰이나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작은 연못의 연꽃이 피운

그 황홀한 경지를 보고 있으면

절로 무아지경에 빠졌지.

199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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