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 유토피아 같은 열 가지 천국>
어려서 마산에 살 때
아침에 일어나면 눈부시게
내 눈가를 간지럽히는
그 찬란한 아침 햇살에
늘 가슴 설레었고
치명적으로
사람의 코를 자극하는
하얀 꽃으로 피는 치자 향기와
붉은 장미가 주는
향긋하고 달콤한 내음
내 몸으로 침투해 진동했지
내 머리카락은 돗섬이 보이는
그 시원하고 상쾌한
바닷바람의 터치에
마냥 휘날렸지
양지바른 온실에서
울긋불긋 피어나는 선인장의
갖가지 신비한 색채에 물들었고,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한복을 입을 때,
그 촉감과 환상적인 착용감에
내가 마치 바람이 되어
하늘을 날 것 같았어.
마산 가포 해수욕장
가기 위해
선박을 타 보게 되면
출렁이는 파도 소리
내 귀는 소라껍데기가 됐지.
신마산 어디나
그 풍성한 상록 활엽수 등
정원수들 사이로 보이는
석류 속 확 터진 모습이 경이로웠지
집 뒤에 대나무밭
거기서 캔 죽순으로 만든
요리를 즐겼던 추억과
집 입구에
살구나무와 모과나무가
햇살에 반짝이면
더욱 빛나는 동백잎이여
나뭇결이 늘씬한
여인의 다리처럼 미끈한
감나무와 그 옆에 바로
여름 철 수박을 시원하게
담겨 두는 우물이 있었고,
유명사찰이나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작은 연못의 연꽃이 피운
그 황홀한 경지를 보고 있으면
절로 무아지경에 빠졌지.
199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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