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 한 번은 1985년 명동에서 '살림굿'이라는 강연을 들었고
한 번은 인사동에서 달마전 할 때 인터뷰를 했다
그는 천생 시인으로
인류가 당하는 고통을 제어하는 길을
고민했고 나름 길을 찾기도 했다
그의 파란만장의 삶이
제대로 꽃 피우지 못한 것은
이 나라가 통일국가가에 아닌데
큰 이유가 있다
그의 타계를 보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더욱 절실해진다
2022.05.08
[김지하와 인터뷰] "동학은 내 실천의 눈동자이고, 불교는 내 인식의 망막 정도는 되지
"나의 달마도는 그리는 게 아니라 갈기는 것"
[1] 최근 시집과 저서를 출간하시며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하시는데 건강은 어떠신지요?
"내가 너무 <동아시아> 일로 너무 무리해서 건강이 안 좋아. 좌골 신경통이 도져 다시 뜸을 뜨고 있어."
[2] 동학이나 전통 민중 사상을 현대화시키는데 놀라운 상상력을 보이셨는데.
"동학은 내 실천의 눈동자이고, 불교는 내 인식의 망막 정도는 되지."
[3] 달마도가 선생님에게 하나의 참살이(웰빙)이 될 수 있을까요?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아. 달마도는 일종의 자기 수련이고 그 과정이니까."
[4] 판소리 형식이 단순하지만 아주 화끈한 노래인데, 달마도도 굉장히 간결하면서 엄청난 힘이 넘쳐 보입니다.
"당연히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내 그림은 스님들의 달마와는 달라. 달마도로 유명한 김명국은 화공이야. 직업 화가지. 내 달마도는 그의 달마도를 부수는 시도야. 일종의 해체지. 스님 앞에서 이런 말하거니 뭐하지만 감옥에서 100일 참선을 해 봤는데 갖가지 희로애락이 물결치지. 스님들은 참선을 통해 희로애락을 극대화하지만. 여기서 내 달마도는 중생의 수준에서 바라보는 거지. 도의 세계도 아니고. 장바닥의 희로애락은 아니지만 삶의 일상에 부대끼면서 사는 달마지."
[5] 기존의 달마도는 '문기'가 넘친다면 선생님의 달마도는 '신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달마는 선승들의 정신 세계, 수련 방식이라 할 수 있지. 하지만 내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갈기는 것에 가깝지. 붓을 통해 기운이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돌아오는 순환 말이야. 이렇게 땅(왼손은 아래로)과 하늘(오른손은 허공에 두고)과 인간(사람의 붓질)과 만나는 거지. 천지인 사상이야."
[6] 묵화나 문인화에는 왜 난이나 매화가 많죠? 치자나 동백꽃도 있는데요.
"난초나 매화는 군자라고 하잖아. 난초는 성정이 고고하고 우아하고, 매화는 아주 맑고 깨끗하고 청초하단 말이야. 일종의 예언자지. 흰 눈 속에서 2월에 피잖아. 군자의 특징을 잘 보여주거든."
[7] 선생님 시 세계도 그렇지만 달마 그림도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는데, 선생님의 아우라라고 할까요?
"너무 과찬이야. '아우라'는 독일어고 영어로는 '오라'라고 하지. 신성이나 초월성을 말해. 여기서 달마는 자기 수련이야. 자아상이라고 할 수 있지. 번민하는 중생들의 내면 풍경. 뭐랄까 익살, 천진, 우울, 허전함, 쓸쓸함 등등."
[8] '풍자냐 자살이냐' 평론에서 보면 일그러짐(Fratze 찌푸린 얼굴, 추한 형상)과 그로테스크한 것에서 한국적 미학을 적용하시는 것 같은데 이번 달마도에도 그런가요?
"당연히 그렇지. 원래 우리 민족의 그림 전통이 그런 면이 있어. 비꼬면서 돌리고 흔들어 주고 코믹하게 엮어 나가지. 너무 반듯하거나 각지면 싫어하니까."
[9] 선생님은 누구보다 고통을 많은 받으셨는데 그림이 고통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마술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예술은 다 치유 효과가 있어. 모든 예술의 출발점은 우선 기록성이고 그에 못지 않게 치유성 즉 의통(의술)의 제례가 행해지는 거야. 예술은 신성과 사실성이 같이 동반하는 거고. 알타미라 벽화 기록성이나 솟대의 신성 등 말이야."
[10] 장일순 선생도 시화에는 대가인데 혹시 그분의 영향을 받으셨는지
"물론이지. 난 그분한테 배웠어. 선생님의 권유로 25년 전 감옥에 막 나와서 시작했지. 마음이 시끌시끌해서 난초를 하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아서. 심신의 안정을 찾아보려고 시도했었지."
[11] 혹시 추사 김정희 선생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요?
"추사는 내가 깊이 존경하고 많이 심취하는 인물이야. 굉장히 높은 세계에 사신 최고의 지성인이지만, 민족적 민중적 관점을 놓치지 않고 살았어. 중국 통인데 고조선 화살촉을 찾아다니시고, 골짜기에서 버려진 진흥왕 순수비 조각을 발굴하는 등 말이야. 과천에서 살 때는 동네 사람들과 두부를 구워 먹으며 희로애락을 같이 했지. 그만한 천재 예술가는 없어. 그런 대가가 대중적이고 민중적이기가 힘든데 말이야. 동아시아 모든 난초 그림을 다 갖다 놓아도 추사 하나 못 따라가지. 비교가 안 돼. 나머지는 다 그렇고 그래. 중국 정소나 대원군, 민영익도 흉내 못하지."
[12] 그림 제목에 '리비도'가 등장하는데 혹시 정신분석학 세계에 관심이 계신지요?
"물론 많지. 난 정신분석 상담을 오래 받았어. 융의 분석심리학도 많이 공부했고."
[13] 진정한 사회는 섹슈얼리티가 있는 사회라고도 하는데?
"꼭 그런 것이 아닌데, 과학적 이성과 종교적 영성이라는 것이 감정적이고 색정적 세계 안에 깃들어 있어야 온전해지는 거야. 진정한 사회변혁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접근해서 안 되고, 문화 예술적인 접근이 필요해. 감성이나 미학적 상상력이나 몸과 욕망의 접근하는 것 말이야." / 김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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