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두 알몸은 원점으로 돌아가다
- ‘태양의 돌’ 중에서 옥타비오 파스(노벨문학상수상)
[…]
수천 년 전에 생의 도둑에게 빼앗겼던
우리들의 재산을 되찾으려는 듯이
둘을 옷을 벗고 키스했다
뒤엉킨 두 알몸은
시간을 초월하여 영원하다
아무도 접근할 수 없다
둘은 원점으로 돌아가다(292-298행)
[…]
사랑하는 것은 투쟁하는 것
둘이 키스하면 세계가 변한다
욕망이 육화(肉化)하고, 사랑이 육화하고
노예의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난다
세상은 진실로 가득 차고, 비로소 만져지며
포도주는 포도주, 물은 물, 빵은 빵 맛이 난다
사랑은 투쟁, 그것은 문을 여는 것
얼굴 없는 주인 밑의 무기수가 되어
이름표 하나 달고 사는
유령 같은 삶을 때려치우고 생을 바꾼다
둘이 마주보고 서로 통하면
사랑한다는 이름이라는 옷을 벗는다(365-377행)
- ‘태양의 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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