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피
- 장 콕토를 위하여
시인의 이마에
피가 흐른다
시인의 가슴이
폭포수처럼 터지고
시인의 창자가
백짓장처럼 뚫어진다
손은 횃불처럼 타오르고
그 눈빛은
이글이글거린다
시인의 머리는
피로 물든 가시관이 된다
시인의 호흡은
숨가쁘게 끊어지고
그의 목구멍은
피가 터져 차갑게 식어 간다
칼과 창의 날카로운 햇살이
시인의 뇌리에 꽂힐 때
그 어디에서나
기적같이 하나의 노래가 떠오른다
리듬의 혼을 타고
광란의 바람을 불어온다
시인이여 피를 흘려라
온몸에 피를 흘려라
이 땅에 죽어서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이 되어라
1984. 2. 4 聖 발렌타인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