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시인의 피- 장 콕토를 위하여

김형순 '스키타이' 2023. 11. 11. 09:27

시인의 피

- 장 콕토를 위하여

시인의 이마에

피가 흐른다

시인의 가슴이

폭포수처럼 터지고

시인의 창자가

백짓장처럼 뚫어진다

손은 횃불처럼 타오르고

그 눈빛은

이글이글거린다

시인의 머리는

피로 물든 가시관이 된다

시인의 호흡은

숨가쁘게 끊어지고

그의 목구멍은

피가 터져 차갑게 식어 간다

칼과 창의 날카로운 햇살이

시인의 뇌리에 꽂힐 때

그 어디에서나

기적같이 하나의 노래가 떠오른다

리듬의 혼을 타고

광란의 바람을 불어온다

시인이여 피를 흘려라

온몸에 피를 흘려라

이 땅에 죽어서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이 되어라

1984. 2. 4 발렌타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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