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얼굴
교사 생활
십년에야 비로소
아이들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그 동안
아이들 마음
바르게 읽지 못했다
아이들 얼굴
뚫어지게 바라보면
그렇게
해맑고 아름다울 수 없다
아이들 얼굴은
날 비춰 보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드러나지 않는
어떤 티끌
어떤 위선도 없다
아이들은
아무도 꾸짖지 않지만
나에게는
가장 무서운 선생님이다
1990년 3월 16일
아이들 얼굴
-교사시절 수학여행가서 쓴 시
아이들 얼굴은
향긋한 아름다움이다
눈부신 아름다움이다
내가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아이들 웃으면
아침 햇살이 웃고
아이들 울면
저녁 노을이 운다
아이들 얼굴은
눈물에 겹도록
서러움에 겹도록
아름다운 얼굴이다
내 마음에 사무치도록
아름다운 얼굴이다
봄에 핀
들꽃 같은 아름다움이다
여름에 타오르는
태양 같은 아름다움이다
가을에 열리는
맑은 하늘같은 아름다움이다
겨울에 내리는
흰눈 같은 아름다움이다
아이들 얼굴은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1990년 4월 3일 경주 첫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