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 샤를 보들레르 <아래 1863년 보들레르>
Ⅰ. 머잖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니,
잘 가라, 너도 나도 짧았던 우리 여름철의 눈부신 햇빛이여!
난 벌써 들노라, 처량한 소리 높이 울리며
안마당 돌바닥에 떨어지는 나무소리를./
분노와 증오, 떨림과 두려움, 힘겹고 강요된 고역,
이 모든 겨울이 이제 내 존재 속으로 되돌아오니,
내 심장, 극지의 지옥 비추는 태양처럼,
한낱 얼어붙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리라./
난 듣는다, 몸을 떨며 장작개비 떨어지는 소리를,
교수대 세우는 소리도 이토록 더 육중하지는 않으리.
내 정신은 지칠 줄 모르는 육중한 소리가 나는 망치에
허물어지는 저 탑과 같구나/
난 몸이 뒤흔들린다. 이 단조로운 울림 소리에,
어디선가 급히 관에 못질 하는 소리를 듣는 듯 하다.
누구를 위함인가? ㅡ 아 어제는 여름, 이제는 가을이 왔구나!
저 신비로운 소리는 출발처럼 울린다./
Ⅱ. 난 사랑하노라, 갸름한 당신 눈에 비치는 푸르스름한 빛을.
정다운 미인이여, 하지만 오늘 내게는 모든 것이 슬프고,
아무 것도, 당신의 사랑도 규방도, 난로도
바다 위에 반짝이는 태양만은 못하다./
그렇지만 사랑해 다오, 다정한 사람이여! 어머니가 되어 다오,
내 비록 은혜를 모르고, 심술궂은 놈이라도.
애인이라도 좋고 누이라도 좋고, 해맑은 가을볕이건
저무는 햇볕이건 그 덧없는 다사로움이 되어 다오./
인생, 덧 없고 허기진 무덤만 기다리나니,
아! 당신의 무릎 위에 내 이마를 올려놓고,
따가운 흰 여름을 그리워하며,
늦가을 따스한 노란 햇살을 맛보게 하여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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