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시

[허난설헌] 애절한 봄노래

김형순 '스키타이' 2024. 3. 1. 17:35

천재시인 허난설헌 - 애절한 봄노래
 
뒤뜰이 고요한데 봄비에 살구꽃은 지고
목련꽃 핀 언덕에선 꾀꼬리가 우짖는다.
수실 늘인 장막에 찬 기운 스며들고
큰 향로에선 한 가닥 향이 피어오르누나.
 
잠에선 깨어난 미인은 다시 화장을 하고
향기로운 허리띠엔 원앙이 수 놓였다.
옷소매를 걷고 비취이불을 갠 뒤
시름없이 은쟁반 안고 봉황의 노래를 탄다.
 
금 굴레 안장 탄 당신은 어디 가셨나요.
정다운 앵무새는 창가에서 속삭인다.
풀잎에서 날던 나비는 뒤뜰로 사라지더니
난간 밖 아지랑이 낀 꽃밭에서 춤을 춘다.
 
누구 집 연못가에서 피리소리 구성진가.
밝은 달은 아름다운 금술 잔에 떠 있는데
시름 많은 사람만 홀로 잠 못 이루어
새벽에 일어나면 눈물만 고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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