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 오는 밤의 시 - 김광균
서울의 어느 어두운 뒷거리에서
이 밤 내 조그만 그림자 우에 눈이 나린다.
눈은 정다운 옛이야기
남몰래 호젓한 소리를 내고
좁은 길에 흩어져
아스피린 분말이 되어 곱-게 빛나고
나타샤 같은 계집애가 우산을 쓰고
그 우를 지나간다.
눈은 추억의 날개 때묻은 꽃다발
고독한 도시의 이마를 적시고
공원의 동상 우에
동무의 하숙 지붕 우에
카스파처럼 서러운 등불 우에
밤새 쌓인다.
* 첫눈 올 날이 멀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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