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시

[한강] 희랍어 시간 맨 마지막 시

김형순 '스키타이' 2025. 1. 19. 18:36
나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다.
- 희랍어시간 맨 마지막 장(시)
혀끝으로 아랫입술을 축인다.
가슴 앞에 모은 두 손이 조용히, 빠르게 뒤치럭거린다.
두 눈꺼풀이 떨린다. 곤충들이 세차게 맞비비는 겹날개처럼.
금세 다시 말라버린 입술을 연다.
끈질기게, 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다.
마침내 첫 음절을 발음하는 순간, 힘주어 눈을 감았다 뜬다.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사라져 있을 것을 각오하듯이.
<한강은 백남준처럼 에로티시즘(성의 예술화)에서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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