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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여자

김형순 '스키타이' 2008. 6. 26. 12:20
 

 

축제의 여자

- 진한 축제에 부쳐


저녁놀 타기 직전

하늘은 연분홍으로 찬연히 빛나고


환영의 꽃잎들 샛노랗게 뿌려져

산다는 것의 무게도

무색하도록 가벼이 떨궈내고


그대는 신화 속 여인처럼

신령한 나무 위를 사뿐히 내려앉아


이젠 편리한 불행에

불편한 행복이 떠밀리는 시대

 

동굴과 시장의 우상 속에서

향연과 제의는 자꾸 사라지는데

여기 다시 진한 축제를 지피나니


저기 멀리 영원을 향하는

작은 집이 훤히 보이는 데서


그대는 설화 속 신부처럼

애틋한 정한을 가슴에 품고

하얀 꿈길로 아름답게 피어나네.

2007-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