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63

꽃잎 - 김수영 1967.7

꽃잎 - 김수영 1967.7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많이는 아니고 조금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줄모르고 자기가 가닿는 언덕을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닿기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안 즐거움이 꽃으로 되어도그저 조금 꺼졌다 깨어나고언뜻 보기엔 임종의 생명 같고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한 잎의 꽃잎 같고혁명(革命)같고먼저 떨어져내린 큰 바위 같고나중에 떨어진 작은 꽃잎 같고나중에 떨어져내린 작은 꽃잎 같고

기성시 2025.05.15

[이규보] 미인원(美人怨)

미인원(美人怨) - 이규보(李奎報 1168-1241) 애절한 시 / 13세기 열애시"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봄 꾀꼬리 소리에 애간장이 타누나 꾀꼬리 우는 봄날 간장 타는데꽃은 떨어져 온 땅을 붉게 덮었구나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고은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누나 님의 약속 믿기 없기 뜬구름 같고이내 마음 일렁이는 강물 같구나 긴긴 밤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수심에 찡그린 눈썹을 펼 수 있으랴 푸른 눈썹은 수심에 겨워 찌푸려 있는데뉘와 함께 긴긴 밤을 지내어 볼까 강물은 내 마음인양 출렁거리고구름은 신의 없는 님의 마음 같아라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외론 베개 새벽 이불만 향기롭구나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봄 꾀꼬리 우는 소리에 애간장이 타누나

기성시 2025.05.14

[황진이] 그녀의 시는 쾌가 높은 비디오아트다

백남준, 보들레르 이상으로 공감각 쾌락주의자. 나의 예술은 5차원 실험미술은 사기다. 다시 말해 5차원 공감각적 쾌락주의다. 사람들 눈과 마음에 공감각적으로 황홀경을 맛보게 하는 '전자천국'을 사람들에게 공짜로 선물하다. 물아지경 섹스의 절대적 순간은 단 몇초 몇분이지만 백남준의 몰아지경은 24시간이다. 평생 지속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보들레르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5차원 감각을 모든 만족시키는 시를 쓴 사람을 바로 황진이다.백남준은 자신의 예술적 속성을 "1) 카타르시스, 2) 순간의 환희, 3) 모든 감각의 만족, 4) 전인격 총체적 개입, 5) 극도의 전자적 충동, 6) 두뇌의 전기 자기 진동, 7) 직접접촉예술, 8)) 전자와 생리학의 시뮬레이션, 9) 일렉트로닉 슈퍼하이웨이(전자 초고속도로), ..

기성시 2025.05.11

[오월 초록 바람]

오월 초록 바람바람 부니십대의그 순수한 열정되살아나고불광촌에흐르는잔잔한 얼굴에파문과 리듬을일으키네우주의 원리와예술의 윤각이살포시 펼쳐지고그리움에 스치는지난 추억아련하게 되살아나네 기다림의미덕에 기대여오월처럼 향긋함에잠시 심취하고어머니 같은초록 바람에심신을 맡기면모든 게 형통하리라2025 5 4 동네(새터산)에서

자작시 2025.05.09

너를 잃고 -김수영

너를 잃고 -김수영- 너는 억만 개의 侮辱(모욕)이다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억만 번 늬가 없어 설워한 끝에억만 걸음 떨어져 있는너는 억만 개의 侮辱(모욕)이다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늬가 없어도 산단다늬가 없이 사는 삶이 보람 있기 위하여 나는 돈을 벌지 않고늬가 주는 모욕의 억만 배의 모욕을 사기를 좋아하고억만 인의 여자를 보지 않고 산다나의 생활의 圓周(원주) 우에 어느날이고늬가 서기를 바라고나의 애정의 원주가 진정으로 위대하여지기 바라고그리하여 이 공허한 원주가 가장 찬란하여지는 무렵나는 또하나 다른 遊星(유성)을 향하여 달아날 것을 알고이 영원한 숨바꼭질 속에서나는 또한 영원한 늬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 하..

기성시 2025.04.24

랜덤 액세스- 백남준을 위하여

랜덤 액세스- 백남준을 위하여무작위적으로무질서의 극치로무정부적으로무심으로무념무상으로무지막지한 지랄 같이무의식적으로무한적으로무구하게무당의 몸짓으로무례하게무료하게무지몽매하게무표정하게무조건으로무정하게무아지경으로무일푼으로무위도식으로무용지물로무언극으로무례하게무소속으로무색무향으로무의미하게무상으로무디게무기력하게무궁무진하게무기질로무기명으로무한대로무표정으로무차별로무일푼으로무욕으로무소부지하게무방비로무단으로2016.03.31

자작시 2025.03.31

<찬연한 봄의 순환> 2016

누런 잔디에는파릇파릇새로이 풀이 돋고물 오른개나리 가지에는꽃망울이 피기 직전그 모양이 빵빵하다봄은 어김없이다시 오고삼사만상을 스프링처럼치솟는다처녀들하얀 살빛도더욱 탄력이 넘친다봄은 또한묵은 밭 갈아엎어야새 알곡을 심고 뿌린다그렇듯 민초들억눌린 일너무 당하면참지 못해일어나기도 한다강물은아직도 차지만옆구리에 파고들 때는상냥하기까지 하다저것이저렇게 출렁이는 것은제대로 숨쉬며살기 위해서 일 테고거기 위에쏟아지는 봄 햇살은거기에눈부신 꽃밭을 피운다올 새봄에도돋는 풀처럼피어나는 새순처럼강물 위 수놓은 꽃빛처럼그렇게 찬연하게자연의 순환과 섭리는또 다시 시작되는 것이리라2016.03.22

자작시 2025.03.23

내 이마에

내 이마에 쿠데타 망령이 윤석열 내란 계엄령 후내 이마에 어두움이 내리고밤새 천둥과 벼락 우뢰가 치더니 이마가 갈라지고 검은 색조가 드리우고눈 위에 동그란 반점이 생기다내 생애 이런 일 처음이라 당황하다늦게 나마 피부과 가보니 의사는 대상포진이란다 흉터가 생길수도 있다고70대 초반에 내 이미에 훈장이 생기다60대 초반에 백남준 뇌졸중으로 엄청난 마음고생을 했었는데 나도 그와 유사한 경험을 맛보라고 한 건가2025.03.19

자작시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