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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頌>

즉흥시그대의아름다운 미소가세상을 구하듯나무는오염에 찌든 도시를 구하다나무는 식물 중신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보면 볼수록신령한 분위기를 낸다나무는 한편의시 그 자체이다천지인의 모습을빼닮았다하늘과 땅을우주와 인간을연결시켜주는 중재자다하늘에서 불을 받고땅에서 물을 받아최상의 연금술을 일으킨다우리의 조상들그래서 나무를신목이라고 하지 않았나모든 것을 다주고도안달을 하며더 주고 싶어 한다아무런 대가도 없이불평도 없이 끝까지그렇게 모든 걸아낌없이 주는 나무오염과 공해에 찌든도시의 흐림을푸르게 지켜주고날로 황폐해 가는삶의 쓸쓸함을 막아준다2018.10.01

자작시 2024.10.01

어느 가을부터 2016.08.26

[즉흥시] 어느 가을부터 2016.08.26어제 가랑비가 오더니이 나라에 가을이 오는 구나그 어떤 폭정도 기세가 꺾이듯그 어떤 폭염도 기운이 쇠하듯이 나라에 가을이부끄럽게 오는 구나하늘은 높고바람은 청량하고투명한 햇살은우리의 속살마저도깊이 들여다보는구나!이제 가을은1년 중 가장 아름다운노을을 연출하겠구나!어느 가을부터아니 당신이태어나기 전부터그대를 사랑한 나는이제 가을 같은그대를 더욱사랑할 수밖에 없겠구나!온몸에 스치는상쾌한 바람도이제는 푸른 초목을노랗게 물들이고그것들 하나둘씩낙엽이 되어아스라이 떨어지겠구나!이 가을에우주만물을가슴에 가득 부여안고그대의숨겨진 아름다움과보이지 않는 미덕을탐색하는 여행이라도떠나야겠구나!2016.08.26

자작시 2024.08.26

추상의 단순함이여

추상의 단순함이여- 김환기를 위하여 1998.07.09단순함은단순하지 않고 위대하고밥 한 그릇도 단순하지 않고신랑 각시의 첫날밤도단순하지 않고컴퓨터 메뉴만큼이나거미줄만큼이나얽히고설킨 세상에서우린 단순하고 또 단순하고 싶고'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그런 시처럼신안의 먼 추억이나동경, 파리, 뉴욕 객지 생활도단순하지 않고구상을 탈피한무사한 점들과초월적 굵은 선, 단도직입적 삶이보다 더한 행복도 없고물 같은 단순화가 어디 있나꽃 같은 단순화가 어디 있나환기 같은 추상화가 어디 있나달, 산, 구름이점·선·면이 되는그 극대의 단순함은얼마나 경이로운가

자작시 2024.08.01

소르본大 앞에서 1989.8.6

소르본大 앞에서 1989.8.6소르본 大 맞은 편에싸구려 여인숙 퀴자(Cujas)내가 먹고 자고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우선 TV가 없어서 좋고화장실은 공용이고샤워를 하고 싶으면 20프랑을 내면 그만내 방 밖에는 낡은 만큼 편안하게 보이는 파리의 뒷골목외론 나그네 마음을 풀어 주듯창밖 잿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여종업원은 친절하고아직 살아 있는 우애 정신에도개인 자유와 사회 평등인류 우애는 지금도 미흡하고누군가 그걸 완성하겠지만그건 흑인 몫이제 파리는 흑인에 의해서만 아름답고행복해질 수 있나니창밖에 비가 내리고미완성 혁명은 완성을 향하고 있고1989. 8. 6씀 프랑스혁명 200주년

자작시 2024.07.23

과학자는 역시 시인이다

과학자는 역시 시인이다 // 어느 과학자(학력고사 출제위원)의 웃음 - 1983 11 26 교사시절 학력고사 검토위원을 한 적이 있다. 2달 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시절 쓴 시, 프랑스어 출제: 서울대 김형식교수(50문항) /국가 대학입시를 독점하다 보니 정확한 평가도 아니면서 예산-시간에서 낭비 어마어마하다 / 무려 2달간 갇혀 날마다 최고급 레스토랑 식사에 무료-무기력-무의미(?)그는 늘 웃는다그렇다고천박하거나 어색하지 않다그저 소탈할 뿐이다그는 과학자로어린이 같은 눈으로시인의 마음으로우주와 사물을 볼뿐이다나뭇잎 끝에맺혀진 새벽 이슬 속에서우주의 태동과 생명의 응집력을 읽는다그의 표정은천진의 주파를 던지며구겨진 우리의 흠과 티를 꿰뚫어 본다웃음과 여유로조물주가 숨겨 놓은우주 만물의 수수께끼를직관적 ..

자작시 2024.07.05

상하이 옛 거리에서 -백남준 전 갔다가 2018년 1월 20일

상하이 옛 거리에서 -백남준 전 갔다가 2018년 1월 20일비 내리는 상하이옛 거리 와이탄(外灘)120년 전근대건물에 취하다.150년 전제국열강시대 조계지그 옛 서양식 건물이그대로 남아 있다오늘 김달진 선생과나는 아트가이드 3명과함께 미술관 투어 가다우연찮게 멋진 날이다상하이를아시아의 빛나는 보석(東方明珠·둥팡밍주)’이 말이 맞다사람들 친절하고마음결 곱고물과 햇빛이 많은지상 낙원이다이러니 150년 전서구 열감이얼마나 노렸겠나!아편에 빠트려전쟁 내고 수탈 많았다가이드 중 미대생 2명붙임성이 있고영혼이 맑은지내 어리석음도 씻어준다.류(Liu)는 긴 머릿결을바람처럼 날리며유창한 영어로내게 말 붙이나내 어설픈 영어 멍멍하다이신전심이 이런 것인가작년에 나처럼베니스, 카셀, 뮌스터도다녀왔다니보통 인연 아니다.와이..

자작시 2024.06.30

구파발

구파발*40년 전 유럽위기를 주제로 한 시구파발가는 길에도구라파가 어른거릴 때가 있다구파발이눈물겹게 그리워온 맘이 뒤흔들릴 때도구라파가얼핏 보일 때가 있다구파발 길을두루 지나다니면서도잠깐씩 눈에 떠오르는구라파의 뒷골목은지우는 못하는 때가 있다구파발로 가는 길은내가 살려가는 길구라파로 가는 길은내가 팔려가는 길구파발로 가자냄새나는 옛 장터같은구라파를 버리고새 삶터인구파발로 가자1986.07.11

자작시 202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