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의 단순함이여
- 김환기를 위하여 1998.07.09
단순함은
단순하지 않고 위대하고
밥 한 그릇도 단순하지 않고
신랑 각시의 첫날밤도
단순하지 않고
컴퓨터 메뉴만큼이나
거미줄만큼이나
얽히고설킨 세상에서
우린 단순하고 또 단순하고 싶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런 시처럼
신안의 먼 추억이나
동경, 파리, 뉴욕 객지 생활도
단순하지 않고
구상을 탈피한
무사한 점들과
초월적 굵은 선, 단도직입적 삶
이보다 더한 행복도 없고
물 같은 단순화가 어디 있나
꽃 같은 단순화가 어디 있나
환기 같은 추상화가 어디 있나
달, 산, 구름이
점·선·면이 되는
그 극대의 단순함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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