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46

[즉흥시] 봄의 살가움

[즉흥시] 봄은 살가움 봄 햇살이 장난이 아니다 마치 4차 산업혁명 같다 창의와 독창성 개성과 차별성의 시대에 봄은 그런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파릇파릇 새롭게 솟아오른다 그 기운을 참지 못한다 영어로 스피링이다 일어난다 풀과 물과 공기와 빛과 소리와 향기가 일어난다 피부가 섬세한 여성이 가장 봄에 예민하다 봄은 무엇보다 여성의 것이다 여성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동요시킨다. 봄은 봄을 봄으로써 봄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삶이란 것이 아름답게 선을 긋는 것이라면 봄은 부드러운 속살을 살가움으로 긋는 것이다 2017.02.17

자작시 2024.02.18

[보들레르] 음악

음악(音樂) - 샤를 보들레르 음악은 때때로 바다처럼 나를 사로잡는다! 나의 창백한 별을 향하여 자욱한 안개 아래 광막한 대기 속을 나는 출항한다 가슴은 내밀고 돛대처럼 부푼 폐로 밤이 나를 가리는 산더미 같은 파도의 등을 타고 간다 신음하는 배의 온갖 정열이 내 속에 진동함을 느낀다 순풍과 폭우와 진동을 무한한 바다 위에서 나를 흔든다. 그렇잖을 땐 잔잔한 바다 나의 절망의 거대한 거울이 된다

보들레르 2024.02.18

멋 혹은 여백에 대하여

[즉흥시] 멋 혹은 여백에 대하여 동양화에는 여백이라는 멋이 있다 지금처럼 정신 없는 돌아가 세상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여백이 없으면 멋이 사라지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열심히 공부거리를 찾는다거나 고전을 읽고 산책을 하면 시를 즐기고 그리고 자주 미술관을 찾는 것도 사실은 여백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면 멋이 깃든다 연극배우처럼 가끔씩 엉뚱한 이벤트도 생에 생기를 넣는 길 비싸지 않는 옷으로 하이패션을 부려보는 것도 역시 여백이다 아니 멋이다 이웃에게 없는 돈에 기부를 하면 이겐 진짜 여백이다 엣 선비들이 돈이 별로 들지 않는 시서화로 여백을 살렸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시장기가 밥맛을 내듯 여백의 들뜸은 일상에 의욕과 에너지를 준다 2019.02.14

자작시 2024.02.15

[서정주] 눈 오시는 날

눈 오시는 날 - 서정주 내 연인은 잠든 지 오래다. 아마 한 천년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낸다. 분홍, 분홍, 연분홍, 분홍, 그 봄 꿈의 진달래꽃 빛깔들. 다홍, 다홍, 또 느티나무 빛, 짙은 여름 꿈의 소리나는 빛깔들. 그리고 이제는 눈이 오누나… 눈이 와서 내리 쌓이고, 우리는 저마다 뿔뿔이 혼자인데 아 내 곁에 누워 있는 여자여. 네 손톱 속에 떠오르는 초생달에 내 연인의 꿈은 또 한 번 비친다

기성시 2024.02.14

2018.02.11 즉흥시

2018.02.11 즉흥시 내 이마에 따사한 햇살과 차가운 바람이 같이 스친다. 인생은 희비가 이렇게 엇갈리는 것인가 다 좋고 다 나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유명도 무명도 다 좋다 그냥 즐기면 된다 문제는 축제다 인생은 원래 뒤주박죽이다 우연성이 정말 맞다 여행을 해보면 누구를 만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무시간에 무상념, 무작위 합친 무상행도 있지 우여곡절 희로애락이 오버랩 되면서 뭔가 답이 보인다 그 고개를 하나하나 넘어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유무를 넘어서는 것이 삶의 묘미 아닌가 2018.02.11

자작시 2024.02.11

절대 순간

이별은 작은 죽음이라 하고 인생은 긴 이별에 짧은 만남이라 하지만 그대와 같이 한 시간은 절대 순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시간 추억과 회한이 교차하면서 생명감이 충족한 시간 가슴에 스며드는 아름다움이 꽃피운 시간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지만 강물에서 건져 올린 속살이 꽉 찬 물고기처럼 그대로 하여 건져 올린 알찬 시간들 사랑은 영원한 것도 아니고 그 순간에 살고 죽는 것 순간이 영원이라는 그 절대 원리에 따라 세월이 흘러도 절대 순간은 살아 있는 것 이별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듯 죽음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삶의 시작이듯 순간은 끝이 아니고 영원의 시작인 것을... 2002. 5. 13 여기서 그대가 누군지 모르겠다. 망각증이 심각하다

자작시 2024.02.09

[박성룡] 바람 부는 날

바람 부는 날 - 박성룡(1934∼2002) 오늘 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 새 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말갛게 쓸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아 지금 바람이 저렇게 못 견디게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또 내가 내게 없는 모든 것을 되찾고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Un jour de vent - Pak Săng-yong Tiens, aujourd'hui le vent palpite sans arrêt! Saurait-il aussi Que je perds aujourd'hui tout ce qui es..

기성시 2024.02.08

<고통의 부족>

나무 한 구루 자연스럽게 한 편의 시같다/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고통이 따를까/ 내가 겪은 고통만큼 남을 이해 한다는데/ 나의 고통은 어디까지 확대해야 하나/ 쓴맛에서 단맛을 찾는 게 인생의 묘미라는데 나의 고통을 너무 가볍다/ 사람들과 교감이 이리 힘든 것도 다 고통의 결핍인가/ 내 고통이 아직 부실공사란 말인가 / 애시당초 소통이란 불가능한 것인가/ 본래부터 사랑이란 없는 것인가/ 고통을 넘어 환희로 베토벤의 합창처럼 그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내 고통이 형편없이 부족하다 2015.02.06

자작시 202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