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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 가을의 노래 - <아래사진 1863년 보들레르>

가을의 노래 - 샤를 보들레르 아래 1863년 보들레르>Ⅰ. 머잖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니,잘 가라, 너도 나도 짧았던 우리 여름철의 눈부신 햇빛이여!난 벌써 들노라, 처량한 소리 높이 울리며안마당 돌바닥에 떨어지는 나무소리를./분노와 증오, 떨림과 두려움, 힘겹고 강요된 고역,이 모든 겨울이 이제 내 존재 속으로 되돌아오니,내 심장, 극지의 지옥 비추는 태양처럼,한낱 얼어붙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리라./난 듣는다, 몸을 떨며 장작개비 떨어지는 소리를,교수대 세우는 소리도 이토록 더 육중하지는 않으리.내 정신은 지칠 줄 모르는 육중한 소리가 나는 망치에허물어지는 저 탑과 같구나/난 몸이 뒤흔들린다. 이 단조로운 울림 소리에, 어디선가 급히 관에 못질 하는 소리를 듣는 듯 하다.누구를 위함인가?..

보들레르 2023.10.09

앤서니 펠프스(Anthony Phelps) 새벽

새벽의 연약함(말랑말랑함) 속에서 인생은 언제나 스스로를 다시 그려나간다 그리고 우리의 손가락이 뜨개질 하듯 우리 생의 서막을 다시 꽃 피우게 해준다 침묵의 파수꾼 가장 여성스러운 밤에 우리 손가락이 고품격 유희를 하듯 단어를 깨뜨린다 - 앤서니 펠프스(망명 작가 및 시인) Dans la fragilité de l'aube la vie toujours se redessine et nos doigts tricoteurs font refleurir nos pages. Sentinelles du silence au plus féminin de la nuit nos doigts cassent les mots en haute finalité ludique. Anthony Phelps 앤서니 펠프스(Anthony ..

외국시 2023.10.09

보들레르보다 한 수 위 황진이

- 오감을 다 만족시키는 그런 언어의 조응(correspondance)이 총출동되다 황진이 천재(이 시에서 시각과 청각, 청각과 촉각, 청각과 후각이 뒤섞여 황홀하다), 보들레르가 오감의 황홀경(빛깔과 소리와 향기 등)을 노래하기 오래 전에 이미 이렇게 노래다. "물들이네-취했네(색채와 도취)-소리가 향기로워라(소리와 향기) -그리움이 길게 뻗어가리(감정과 전이)" 이 구절이 특히 인상적이다. "흐르는 저 강물은 거문고 소리에 어울려 차갑고(율동과 소리와 체온) 매화곡 곡조는 피리소리에 들어 향기로워라(음색과 향기와 영상)" 달빛 아래 뜨락의 오동잎 다 지는데, 서리 맞은 들국화 노란빛 물들었네. 누각은 높아서 하늘은 손에 닿을 듯, 일천 잔 도는 술잔에 사람들 취했네. 흐르는 저 강물은 거문고 소리에 ..

기성시 2023.10.04

「不惑의 秋夕」천상병

「不惑의 秋夕」 -천상병 - 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 침묵은 번갯불 같다며, 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 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 老子께서 말했다. 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 나는 너무 덤볐고, 시끄러웠다. 혼자의 추석이 오늘만이 아니건마는, 더 쓸쓸한 사유는 고칠 수 없는 병 때문이다. 막걸리 한 잔, 빈촌 막바지 대포집 찌그러진 상 위에 놓고, 어버이의 제사를 지낸다. 다 지내고 음복을 하고 나이 사십에,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찾아간다.

기성시 2023.10.04

[김수영] 꽃잎

꽃잎-김수영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많이는 아니고 조금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줄모르고 자기가 가닿는 언덕을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닿기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안 즐거움이 꽃으로 되어도그저 조금 꺼졌다 깨어나고언뜻 보기엔 임종의 생명 같고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한 잎의 꽃잎 같고혁명(革命)같고먼저 떨어져내린 큰 바위 같고나중에 떨어진 작은 꽃잎 같고나중에 떨어져내린 작은 꽃잎 같고

기성시 2023.10.03

나무의 고통에 비하면 나의 고통의 너무 작다

나무 한 구루 / 자연스럽게 / 한 편의 시같다 저렇게 되기까지 / 얼마나 고통이 따를까 내가 겪은 고통만큼 / 남을 이해 한다는데 나의 고통은 / 어디까지 확대해야 하나 쓴맛에서 단맛을 찾는 게 / 인생의 묘미라는데 나의 고통을 너무 가볍다 사람들과 교감이 / 일 힘든 것도 / 다 고통의 결핍인가 내 고통이 / 아직 부실공사란 말인가 애시당초 / 소통이란 불가능한 것인가 본래부터 /사랑이란 없는 것인가 고통을 넘어 환희로 / 베토벤의 합창처럼 / 그 다리를 건너야 하다 내 고통이 / 형편없이 부족하다 2015.02.06

자작시 2023.10.01

[보들레르] '가을의 노래' 이런 번역도 있다

보들레르 가을의 노래 이런 번역도 있다1. 머지않아 우린 차디찬 어둠 속에 잠기리니,잘 가거라, 너무 짧았던 우리 여름날의 찬란한 빛이여!내겐 벌써 들리네, 음산한 충격과 함께안마당 바닥 위로 떨어지며 울리는 소리가분노, 미움, 전율, 공포, 그리고 강요된 힘든 노력이 모든 겨울이 내 존재 안에 들어오려 하네,그러면 내 심장은 극지의 지옥 속에 뜬 태양처럼벌겋게 얼어붙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겠지.난 몸을 부르르 떨며 장작 하나하나 떨어지는 소리를 듣네,교수대 세우는 소리 그보다 더 육중하게 들리진 않으리라.내 정신 이 단조로운 충격 소리에 흔들리며어디선가 누가 관에 서둘러 못질하는 소리 듣는 듯.누굴 위해서? - 어제만 해도 여름이 있는데, 벌써 가을이!저 신비스러운 소리는 어떤 출발신호처럼 울리네.내 정..

보들레르 2023.09.26

다 그림

요즘 내 눈엔 모든 게 다 그림이네. 스치는 사람들 발길도 춤추는 조각 같네. 다양한 머리스타일, 아리송한 추상화 같네. 다채로운 표정만큼 재밌는 인물화도 없네. 남녀노소, 첨단패션으로 팝아트 구사하네. 형형색색 물들인 거리 진열장 마치 수놓은 풍경화 같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간판도 때론 봐줄만한 설치미술 되네. 개업하는 날, 가게 앞은 영락없이 퍼포먼스 예술공연이네. 아이스크림 집 옆 꽃 가게는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네. 우리네 일상도 발 빠르게 달라지는 한 점의 풍속화네 2006.03.30

자작시 2023.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