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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돌 -옥타비오 파스

뒤엉킨 두 알몸은 원점으로 돌아가다 - ‘태양의 돌’ 중에서 옥타비오 파스(노벨문학상수상) […] 수천 년 전에 생의 도둑에게 빼앗겼던 우리들의 재산을 되찾으려는 듯이 둘을 옷을 벗고 키스했다 뒤엉킨 두 알몸은 시간을 초월하여 영원하다 아무도 접근할 수 없다 둘은 원점으로 돌아가다(292-298행) […] 사랑하는 것은 투쟁하는 것 둘이 키스하면 세계가 변한다 욕망이 육화(肉化)하고, 사랑이 육화하고 노예의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난다 세상은 진실로 가득 차고, 비로소 만져지며 포도주는 포도주, 물은 물, 빵은 빵 맛이 난다 사랑은 투쟁, 그것은 문을 여는 것 얼굴 없는 주인 밑의 무기수가 되어 이름표 하나 달고 사는 유령 같은 삶을 때려치우고 생을 바꾼다 둘이 마주보고 서로 통하면 사랑한다는 이름이라는..

기성시 2023.05.29

<5월이 가기 전에>

내 눈빛은 눈부신 햇살에 빛나는 초록 나뭇잎으로 씻기고 내 콧등은 아카시아 향으로 물들고 내 귓가는 부드러운 음악 같은 스치는 바람 소리에 흥겹다. 내 입술 그 주변에는 미소의 작은 그림자가 절로 어린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맞다 그렇게 호사하고 풍요롭고 상큼하다. 5월이 가기 전에 무심한 마음을 물리치고 하루의 소박한 축제를 온전히 즐기자. 05.29 영문으로 되어 있네요. 내 눈은 밝은 햇살에 빛나는 녹색 잎으로 씻겨집니다. 내 코는 향기로운 아카시아 향으로 물들고 내 귀는 부드러운 바람 소리에 흥분합니다. 작은 미소의 그림자가 내 입 주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너무 고급스럽고 풍부하며 상쾌합니다. 이 오월이 지나가기 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나..

자작시 2023.05.29

느리고 게으르고 타락할수록

느리고 게으르고 타락할수록 - 보들레르 풍으로 느리고 게으르고 타락할수록 삶의 질은 높아지고 사랑도 깊어지고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거야 보들레르는 타락할수록 더 아름답다고 했는데 조금은 이해가 돼 그는 급변하는 파리를 보고 도덕을 들이대기보다는 퇴폐와 타락의 미를 주입했지 문명이 빠를수록 예술은 늘어터지게 가는 것이 맞는 거야 그게 세계정복의 길이야 예술의 열정은 현대인 너무 빨리 그쪽으로 가는 것을 막은 게 역할인가 느리고 게으르고 타락할수록 삶은 아름답고 인생은 충일한 거야 문명속도 아무리 빨라도 느림과 게으름과 타락보다 더 빠를 수가 없어 2012.05.25

자작시 2023.05.26

[이규보(李奎報)] 미인원(美人怨)

미인원(美人怨) - 이규보(李奎報 1168-1241) 정말 애절한 시네요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봄 꾀꼬리 우는 소리에 애간장이 타누나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는데 꽃은 떨어져 온 땅을 붉게 덮었구나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고은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누나 님의 약속 믿기 없기 뜬구름 같고 이내 마음 일렁이는 강물 같구나 긴긴 밤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 수심에 찡그린 눈썹을 펼 수 있으랴 푸른 눈썹은 수심에 겨워 찌푸려 있는데 뉘와 함께 긴긴 밤을 지내어 볼까 강물은 내 마음인양 출렁거리고 구름은 신의 없는 님의 마음 같아라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 외론 베개 새벽 이불만 향기롭구나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 봄 꾀꼬리 우는 소리에 애간장이 타누나

기성시 2023.05.14

예술과 정치

예술과 정치 예술은 세상을 가장 차원 높게 바꾸는 것 정치의 힘이 아니라 예술의 아름다움으로 물 흐르듯 바람 스쳐가듯 그렇게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것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자생적으로 빛의 색다름으로 생의 황홀함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목소리와 일곱 색채로 다채로운 향기로 세상을 다르게 물들이는 것 세월을 새롭게 꽃피우는 것 2010.05.14

자작시 2023.05.06

[아라공] 미래의 노래

루이 아라공의 또 다른 시가 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루이 아라공(1897-1982) 인간만이 사랑을 가진 자이기에 자기가 품었던 꿈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자기가 불렀던 노래가 다른 사람의 입술로 자기가 걸었던 길이 다른 사람의 길로 자기의 사랑마저 다른 사람의 팔로 성취되고 자기가 뿌렸던 씨를 다른 사람들이 따게 하도록 사람들은 죽음까지도 불사한다 인간만이 내일을 위해 사는 것이다 자기의 몸을 완전히 잊는 거야말로 인간의 길이다 인간이란 스스로 기꺼이 나아가는 자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술을 마시도록 인간은 언제나 그 몸을 내미는 혼이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자가 또 자기 몸의 피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그 고통의 보상 따위는 추호도 구하지 않고 그리고 왔을 때처럼 빈 몸으로 나가는 ..

기성시 2023.05.05

[아라공] 당신에 대한 사랑보다 더 큰 국가는 없다

사랑의 찬가로 유명한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 당신에 대한 사랑보다 더 큰 국가는 없다 -루이 아라공 인간은 진정으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그의 강함도 약함도 그의 마음도 그리고 그가 팔을 벌렸을 때 그의 그림자는 십자가의 그림자 그리고 그가 행복을 포용하려고 할 때 그는 그것을 부수어 그의 인생은 이상하고 고통스러운 이별 행복한 사랑은 없다 그의 삶은 영혼 없는 병사들을 닮아 다른 운명을 위해 손질된 사람 그들이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이유 밤이 무장 해제되어 불확실한 것을 발견할 때 이 말을 하고 눈물을 참아 행복한 사랑은 없다 내 아름다운 사랑 내 사랑하는 내 찢어진 마음 나는 상처받은 새처럼 당신을 내 안에 안고 있다.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지켜보는 사람들 내 말과 한숨을 반복해 그..

기성시 2023.05.05

이우환은 아직 소년

2011년 갤러리현대에서 이우환을 보고 쓴 낙서시 이우환은 아직 소년 이우환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는 아직 소년이다 수줍다 이우환은 아직도 미지와 무한을 향해 꿈을 꾸는 소년 같다 재킷과 청바지를 입은 75세의 이우환은 내 눈에는 15살의 경상도 소년으로 보인다 그의 천진한 미소는 그 자체가 아무도 지어낼 수 없는 산 그림이다 평생 제대로 된 점 하나 그려 보려 그리도 무던하게 애를 쓴 것인가 하늘의 별을 따듯 그렇게 화폭에 우주에서 가장 잘 난 점 하나 따온 것인가 무한이 숨쉬는 설렘의 우주를 열어 붓끝에 충만한 기와 생명의 파장 넣은 것인가 최소의 점으로 최대의 공간을 창출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간결하되 충만한 여백의 미를 낳은 것인가 2011.11.15 갤러리현대 전시장에

자작시 2023.05.03

나의 시대 변경사

10대 사진찍기와 고궁산책이 즐거운 시대, 고교시절 특활 사진부 반장 20대 프랑스 및 유럽 사상과 문학 공부, 사르트르 카뮈 카프카 실존주의 시대 30대 시(보들레르와 김수영)와 동학의 민중사관에 압도된 시대, 유럽 한달 여행 40대 국내 여행과 10곳 정도 문화유산답사, 구조주의 시대, IMF과 인터넷시대 50대 다양한 국내외 현대미술 격하게 만나는 시대, 난 이때부터 '남의 눈치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살기로. 남에게 잘 보이는 '그럴듯한(vraisemblable)' 삶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잘 보이는 '그러한(vrai)' 삶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물론 리스크도 많다. 후회는 없다. 그러다 보니 후반기 현대미술과 백남준과 더 가까워지다 60대 백남준 예술를 기사로 연재 26회, 책..

에세이 2023.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