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거리 두기 너는 -거리 두기 너는 왜 그렇게 늙어 보이니 답답해 보여. 네 몸짓이 무거워 보여. 난 너에게 가까이 가기엔 너무나 먼 사람이지. 너 때문에 온 나라가 늘 홍역을 치루지 칠순 다 되어 널 다시 보니 내 눈에 안 들어와 너는 우리 사회에서 최고 장식품이지 하지만 인생의 본질은 아니야 나는 네가 정말 행복헸으면 좋겠어 네 감옥에 갇히지 말고 하늘로 훨훨 날면 좋겠어 인공지능 시대 진정한 슬기를 내뿜으며 멋진 자유인 되길 바래 2020.04.16 자작시 2023.04.16
아이들 얼굴 아이들 얼굴 교사 생활 십년에야 비로소 아이들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그 동안 아이들 마음 바르게 읽지 못했다 아이들 얼굴 뚫어지게 바라보면 그렇게 해맑고 아름다울 수 없다 아이들 얼굴은 날 비춰 보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드러나지 않는 어떤 티끌 어떤 위선도 없다 아이들은 아무도 꾸짖지 않지만 나에게는 가장 무서운 선생님이다 1990년 3월 16일 아이들 얼굴 -교사시절 수학여행가서 쓴 시 아이들 얼굴은 향긋한 아름다움이다 눈부신 아름다움이다 내가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아이들 웃으면 아침 햇살이 웃고 아이들 울면 저녁 노을이 운다 아이들 얼굴은 눈물에 겹도록 서러움에 겹도록 아름다운 얼굴이다 내 마음에 사무치도록 아름다운 얼굴이다 봄에 핀 들꽃 같은 아름다움이다 여름에 타오르는 태양 같.. 자작시 2023.04.12
4월은 4월은 죽음의 달이고 4월은 죽음이 죽음을 넘어서는 달이고 4월은 죽어서도 죽지 않는 달이고 4월은 죽음이 다시 죽임이 되어 삶이 되는 달이고 4월은 죽임의 잔인한 역사의 망각에서 한 모퉁이를 기억하는 달이고 4월은 죽어도 죽지 않는 달이고 4월은 너도 죽고 나도 죽은 달이고 우리 모두가 죽은 달이고 4월은 죽음 아닌 것이 없는 달이고 4월은 죽음이 죽음을 딛고 일어서는 달이고 4월은 죽음이 우리의 삶이 호흡으로 되살아오는 달이고 4월은 죽음도 죽이는 부활과 환생의 단초를 열어주는 달이고 2019.4.12 자작시 2023.04.12
연애 걸어 고은 풍으로 술도 연애 걸어 마셔봐 밥도 연애 걸어 먹어봐 책도 연애 걸어 읽어봐 웃도 연애 걸어 입어봐 집도 연애 걸어 살아봐 2016.04.09 자작시 2023.04.10
다시 한강교에서 - 이현우 다시 한강교에서 - 이현우 강은 차라리 흘러가지 않는다. 흘러가지 않는 강을 바라보며 나는 울고 있고, 언제부턴가. 나의 불행한 젊음은 폐허의 하늘 아래 잠들고, 그리하여 나는 시를 쓰고, 술을 마시고, 또 인생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생각해 왔다. 지금 나의 시야에 비치는 강은 먼 옛날로 흐르고 있다. 강을 굽어보며 울고 간 서러운 사람을 나는 생각해야 한다. 오! 기욤 아폴리네르. 그의 기구한 생애와 굴욕의 편력을 거듭한 나의 죽어간 나날을 생각해야 한다. 시일은 흘러가고 우리들 사랑은 죽어가도 언젠가 내 곁에서 울고간 그 사람, 그 황금빛 머리카락을 기억해야 한다. 아, 나는 다시 망각해야 한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무너진 한강교에서 실로 내가 느끼는 이 회한, 이 고뇌를, 서울의 하늘 아래 회한 없.. 기성시 2023.04.03
[이브 본느푸아] 두브는 말한다 두브는 말한다 - 이브 본느푸아1그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지, 때때로 새벽녘에어스름한 거리를 헤매며나는 돌의 최면 상태를 공유했었지난 돌처럼 맹목적이었어.이윽고 바람이 불어 내 연극이죽는 행위임이 밝혀졌지.나는 여름을 갈망했지눈물을 말리기 위한 맹렬한 여름을그러면 내 팔다리 안에는 추위가 커져난 잠에서 깨어 괴로워했다.2오 숙명의 계절오 칼날처럼 더할 나위 없이 적나라한 대지여!나는 여름을 갈망했었지그 누가 오랜 혈통 속에서 이 칼을 꺾었을까?죽는 이 순간에진정 나는 행복했다.두 눈을 잃고, 끊임없는 빗줄기의 더러움에두 손을 벌리며.나는 외치고, 정면으로 바람을 무릅썼지...왜 증오하고 왜 울어야 하는가, 나는 살아 있는데계절이 깊어 가고 여름날은 나를 안심시켰다.3우리들이 처해 있는 존재의 표면 위.. 기성시 2023.04.03
4월 초 따사한 봄볕 아래 4월 초 따사한 봄볕 아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가 천사의 목소리로 들린다 그래서 내 귀를 간지럽다. 어려서 집 정원에서 영화 속 영웅처럼 동네 애들과 나무 막대기로 칼 싸움하며 활극을 벌리던 그 즐겁던 때가 떠오른다. 2020.4.3. 자작시 2023.04.03
어느 가을, 친구 넷과 박연폭포에서 노닐다 -서경덕 품은 생각이 있으면 바로 시행해야지 / 백 년이란 세월도 오랜 것이 아닐세 읊조리며 지팡이 짚고 신선세상 들어가니 / 흰 구름이 옷 소매에 감기누나 경치 뛰어나면 시로 읊기도 하고 / 흥이 겨워지면 술잔을 들기도 하네 가을 깊어 계절 변화 느껴지고 / 나뭇잎 떨어지자 천지가 여윈듯 하네 여기서 단풍 놀이 어찌 즐겁지 않으랴! / 함께 온 이들이 모두 뛰어난 인재로다 기성시 2023.04.03
랜덤 액세스 랜덤 액세스 - 백남준을 위하여 무작위적으로 무질서의 극치로 무정부적으로 무심으로 무념무상으로 무지막지한 지랄로 무의식적으로 무한적으로 무구하게 무당의 몸짓으로 무례하게 무료하게 무지몽매하게 무표정하게 무조건으로 무정하게 무아지경으로 무일푼으로 무위도식으로 무용지물로 무언극으로 무례하게 무소속으로 무색무향으로 무의미하게 무상으로 무디게 무기력하게 무궁무진하게 무기질로 무기명으로 무한대로 무표정으로 무차별로 무일푼으로 무욕으로 무소부지하게 무방비로 무단으로 2016.03.31 자작시 2023.03.31
[긴스버그] 너무 많은 것들 백남준의 절친이고 고은 시인과도 친한 비트세대의 상징 알렌 긴스버그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너무 많은 것들'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너무 많은 공장들/너무 많은 음식/너무 많은 맥주/너무 많은 담배 너무 많은 철학/너무 많은 주장/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공간/너무나 부족한 나무 너무 많은 경찰/너무 많은 컴퓨터/너무 많은 가전제품/너무 많은 돼지고기 회색 슬레이트 지붕들 아래 너무 많은 커피/너무 많은 담배연기/너무 많은 종교/너무 많은 욕심 너무 많은 양복/너무 많은 서류/너무 많은 잡지 지하철에 탄 너무 많은/피곤한 얼굴들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사과나무 너무나 부족한 잣나무/너무 많은 살인/너무 많은 학생 폭력 너무 많은 돈/너무 많은 가난 너무 많은 금속물질/너무 많은 비만/너무 많은 헛소리 하지만 .. 기성시 202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