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는 말한다 - 이브 본느푸아
1
그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지, 때때로 새벽녘에
어스름한 거리를 헤매며
나는 돌의 최면 상태를 공유했었지
난 돌처럼 맹목적이었어.
이윽고 바람이 불어 내 연극이
죽는 행위임이 밝혀졌지.
나는 여름을 갈망했지
눈물을 말리기 위한 맹렬한 여름을
그러면 내 팔다리 안에는 추위가 커져
난 잠에서 깨어 괴로워했다.
2
오 숙명의 계절
오 칼날처럼 더할 나위 없이 적나라한 대지여!
나는 여름을 갈망했었지
그 누가 오랜 혈통 속에서 이 칼을 꺾었을까?
죽는 이 순간에
진정 나는 행복했다.
두 눈을 잃고, 끊임없는 빗줄기의 더러움에
두 손을 벌리며.
나는 외치고, 정면으로 바람을 무릅썼지...
왜 증오하고 왜 울어야 하는가, 나는 살아 있는데
계절이 깊어 가고 여름날은 나를 안심시켰다.
3
우리들이 처해 있는 존재의 표면 위에서
언어가 소멸되기를
최후의 바람만이
가로지르는 이 가뭄 위에서.
한 그루 포도나무처럼
서서 연소하던 자
최후의 노래하는 자가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물질을 빛나게 하면서
정점에서 굴러떨어지기를.
그대와 다시 만나는 이 나지막한 곳에서
언어가 소멸되기를
불그스름해진 우리들의 낱말 위에서
외침의 아궁이가 좁혀지기를.
추위가 내 죽음으로 돋아나 어떤 의미를 얻기를
시집 <<움직이는 말, 머무르는 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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