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한하운한번도 웃어 본 일이 없다한번도 울어 본 일이 없다웃음도 울음도 아닌 슬픔그러한 슬픔에 굳어 버린 나의 얼굴도대체 웃음이란 얼마나가볍게 스쳐가는 시장기냐도대체 울음이란 얼마나짓궂게 왔다가는 포만증이냐한때 나의 푸른 이마 밑검은 눈썹 언저리에 매워 본 덧없음을 이어오늘 꼭 가야 할 아무 데도 없는 낯선 이 길머리에쩔룸 쩔룸 다섯 자보다 좀 더 큰 키로 나는 섰다어쩌면 나의 키가 끄으는 나의 그림자는이렇게도 우득히 웬 땅을 덮는 것이냐지나는 거리마다 쇼윈도 유리창마다얼른 얼른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