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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한하운

자화상 - 한하운한번도 웃어 본 일이 없다한번도 울어 본 일이 없다웃음도 울음도 아닌 슬픔그러한 슬픔에 굳어 버린 나의 얼굴도대체 웃음이란 얼마나가볍게 스쳐가는 시장기냐도대체 울음이란 얼마나짓궂게 왔다가는 포만증이냐한때 나의 푸른 이마 밑검은 눈썹 언저리에 매워 본 덧없음을 이어오늘 꼭 가야 할 아무 데도 없는 낯선 이 길머리에쩔룸 쩔룸 다섯 자보다 좀 더 큰 키로 나는 섰다어쩌면 나의 키가 끄으는 나의 그림자는이렇게도 우득히 웬 땅을 덮는 것이냐지나는 거리마다 쇼윈도 유리창마다얼른 얼른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

카테고리 없음 2025.02.01

나는 오늘

나는 오늘나는 오늘이가장 아름답다.나는 오늘이내가 살아온 모습 중가장 멋지다.나는 오늘이가장 황홀하기에어제가 빛날 수 있고내일이 신날 수 있다.오늘이 남은 삶의첫날이라 했던가!아니! 첫날이 끝날이기에오늘이 어제이고 내일이기에나는 오늘가장 아름답고 멋질 수 있다2006.08.25* 또 이런 시도 있네요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자작시 2025.01.30

아이들의 얼굴 1990.4.3 경주 학생들과 수학여행 가서

아이들의 얼굴 1990.4.3 경주 학생들과 수학여행 가서아이들의 얼굴은향긋한 아름다움이다눈부신 아름다움이다내가 도저히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아이들이 하얗게 웃으면하늘의 맑은 햇살 같고아이들이속으로 흐느끼면 호수가의 밝은 물빛 같다눈물에 겹도록서러움에 겹도록아름다운 얼굴이다내 마음 속에 사무치도록아름다운 얼굴이다새봄에미친바람 같은 아름다움이다여름에뜨거운 태양 같은 아름다움이다가을에해맑은 하늘같은 아름다움이다겨울에 차가운 어름 같은 아름다움이다아이들의 얼굴은조화로운 춤이다생동감 넘치는 노래다아이들의 얼굴은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 같은 아름다움이다철썩 소리를 내며출렁이는 파도 같은 아름다움이다.내가 도저히감당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1990.4.3 경주 학생들과 수학여행 가서

자작시 2025.01.23

[즉흥시] 대한 추위 뒤 따사로운 봄 햇살이

[즉흥시] 대한 추위 뒤 따사로운 봄 햇살이햇살이 봄이 군요벌써 우주만물이 약동(spring)한다인간도 자연이다여성은 남성보다 더 봄에 예민하다여성의 몸이 천천히 박동한다새순이 돋나나듯 그러게 뭔가 솟아오른다그 유쾌함과 청량함이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다일종의 들뜸이다초 봄 햇살 속에는 약간의 흥분제를 함유하고 있다이를 어쩔 수는 없다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자연의 순환을 따르는데 가장 잘 사는 것이다 그것이 지고지락이다대한 추위 뒤에 봄의 따사로운 햇살이 숨어있다이 아찔한 자연의 순리를 감지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여라2016. 2. 23

카테고리 없음 2025.01.23

존재의 대하여(유물) - 서경덕

유물주의자 서경덕, 물(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군요서경덕은 에서 "바깥이 없는 것을 태허(太虛)라 하고, 처음이 없는 것을 기(氣)라 하니 허는 바로 기이다"라고 하였다. 대중가요에 나오는 가사처럼 끝도 시작도 없는 것이 기이고, 그 기가 우주 만물의 근원이라는 얘기이다.서경덕은 철학자보다 황진이를 물리친 남자로 더 유명하다. 서경덕은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기'이고, '이'란 기 안에 있는 원리에 불과하다고 하여 '이'와 '기'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였다. '기'를 유물(물질)로 보고 '이'를 유심(정신)으로 본다면 너무 단순한 해석인가?우리나라에서 기일원론은 ‘수입품’이 아니라 독자적인 발전을 해온 것이다. 고려 시대 이규보가 ‘물자생자화(物自生自化)’, 즉 물은 스스로 생겨나 스스..

기성시 2025.01.19

[한강] 희랍어 시간 맨 마지막 시

나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다. - 희랍어시간 맨 마지막 장(시)혀끝으로 아랫입술을 축인다.가슴 앞에 모은 두 손이 조용히, 빠르게 뒤치럭거린다.두 눈꺼풀이 떨린다. 곤충들이 세차게 맞비비는 겹날개처럼.금세 다시 말라버린 입술을 연다.끈질기게, 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다.마침내 첫 음절을 발음하는 순간, 힘주어 눈을 감았다 뜬다.눈을 뜨면 모든 것이 사라져 있을 것을 각오하듯이.

기성시 2025.01.19

[백남준] 몽골텐트(The Mongolian Tent) 1993 베니스비엔날레 작품

백남준 몽골텐트(The Mongolian Tent) 250*500cm 1993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 중 하나이다. 텐트 안에는 중생들이 일체의 소유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라는 부처가 있다. 이 작품의 재료:Felt tent, brone masks, empty TV monotors hay, candle, Buddha figure 뮌스터미술관소장 © LWL Museum 백남준 인류구원의 비상구나 관문으로 모든 것을 털고 가는 무소유적 삶의 양식인 유목사회를 제시하다. 여기에 쓰인 재료는 역시 원시적 생명력을 강력하게 풍기는 오브제가 주 재료가 된다. 백남준 새로운 뉴미디어의 등장하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유목적 디지털 세계를 논하다. 동시에 워홀과 리히터와 폴케는 반대로 개인성을 더 강조하다.미술전문지 편집장 클라..

[구파발] 1984-1986

유럽 위기를 주제로 한 40년 전에 쓴 시다. 여기서 구파발은 오늘날의 한류이고 / 구라파는 몰락하는 유럽제목은 '구파발' 이다 지금 유럽은 분명히 위기다.구파발 / 가는 길에도구라파가 / 어른거릴 때가 있다 구파발이 / 눈물겹게 그리워 온 맘이 뒤흔들릴 때도구라파가 / 얼핏 보일 때가 있다 구파발을 / 두루 지나다니면서도잠깐씩 눈에 떠오르는구라파의 뒷골목을 / 지우는 못하는 때가 있다 구파발로 가는 길은 / 내가 살러 가는 길구라파로 가는 길은 / 내가 팔려가는 길 구파발로 가자 / 냄새나는 옛 장터 같은구라파를 버리고 / 새 삶터인구파발로 가자 1986.07.11아래>노트르담성당에서 내려다본 파리전경. 에펠탑과 라데팡스 신시가지가 멀리 보인다

자작시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