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69

[오타와] 박물관에 가면 눈물이 난다

1999.10.28 캐나다 오타와 국립미술관에 가서 쓴 시인데 지금 읽어보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하하하 제목: 박물관에 가면 눈물이 난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누가 우월하다는 것은 편견이고 인간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의식주에 멋과 맛을 내며 전쟁과 평화의 쌍곡선 속에서 인간 나름의 생존방식 지켜왔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눈물겨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인간이여 나는 너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끼며 생노병사 희로애락의 모든 것이 여기 있음을 보노라 나는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노라 박물관에서는 이런 역사와 문화를 배우려고 온 학생들이 가득하다. 1999. 10.28 오타와 국립미술관에서

자작시 2024.03.01

[허난설헌] 애절한 봄노래

천재시인 허난설헌 - 애절한 봄노래 뒤뜰이 고요한데 봄비에 살구꽃은 지고 목련꽃 핀 언덕에선 꾀꼬리가 우짖는다. 수실 늘인 장막에 찬 기운 스며들고 큰 향로에선 한 가닥 향이 피어오르누나. 잠에선 깨어난 미인은 다시 화장을 하고 향기로운 허리띠엔 원앙이 수 놓였다. 옷소매를 걷고 비취이불을 갠 뒤 시름없이 은쟁반 안고 봉황의 노래를 탄다. 금 굴레 안장 탄 당신은 어디 가셨나요. 정다운 앵무새는 창가에서 속삭인다. 풀잎에서 날던 나비는 뒤뜰로 사라지더니 난간 밖 아지랑이 낀 꽃밭에서 춤을 춘다. 누구 집 연못가에서 피리소리 구성진가. 밝은 달은 아름다운 금술 잔에 떠 있는데 시름 많은 사람만 홀로 잠 못 이루어 새벽에 일어나면 눈물만 고이는구나.

기성시 2024.03.01

[정연복] 3월 첫날의 햇살

3월 첫날의 햇살 - 정연복 아직 매서운 추위가 바싹 고개를 쳐들고 있지만 오늘 햇살에서는 봄기운이 뚝뚝 묻어난다. 백삼 년 전 기미년 3월1일 그날도 삼천리 방방곡곡 밝은 햇살이 비추었을 거야. 목이 터져라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또 외쳤던 용맹스런 선조들의 얼굴마다 가슴마다 햇살이 찾아왔을 거야. 일제 식민지배의 잔재 여태 다 청산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새 보란 듯이 온 세계에 우뚝 선 대한민국. 이제 이 나라 이 땅의 한 사람 한 사람 너와 내가 참자유와 평화 또 민주의 희망 햇살이 되자.

기성시 2024.03.01

[즉흥시] 봄의 살가움

[즉흥시] 봄은 살가움 봄 햇살이 장난이 아니다 마치 4차 산업혁명 같다 창의와 독창성 개성과 차별성의 시대에 봄은 그런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파릇파릇 새롭게 솟아오른다 그 기운을 참지 못한다 영어로 스피링이다 일어난다 풀과 물과 공기와 빛과 소리와 향기가 일어난다 피부가 섬세한 여성이 가장 봄에 예민하다 봄은 무엇보다 여성의 것이다 여성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동요시킨다. 봄은 봄을 봄으로써 봄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삶이란 것이 아름답게 선을 긋는 것이라면 봄은 부드러운 속살을 살가움으로 긋는 것이다 2017.02.17

자작시 2024.02.18

[보들레르] 음악

음악(音樂) - 샤를 보들레르 음악은 때때로 바다처럼 나를 사로잡는다! 나의 창백한 별을 향하여 자욱한 안개 아래 광막한 대기 속을 나는 출항한다 가슴은 내밀고 돛대처럼 부푼 폐로 밤이 나를 가리는 산더미 같은 파도의 등을 타고 간다 신음하는 배의 온갖 정열이 내 속에 진동함을 느낀다 순풍과 폭우와 진동을 무한한 바다 위에서 나를 흔든다. 그렇잖을 땐 잔잔한 바다 나의 절망의 거대한 거울이 된다

보들레르 2024.02.18

멋 혹은 여백에 대하여

[즉흥시] 멋 혹은 여백에 대하여 동양화에는 여백이라는 멋이 있다 지금처럼 정신 없는 돌아가 세상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여백이 없으면 멋이 사라지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열심히 공부거리를 찾는다거나 고전을 읽고 산책을 하면 시를 즐기고 그리고 자주 미술관을 찾는 것도 사실은 여백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면 멋이 깃든다 연극배우처럼 가끔씩 엉뚱한 이벤트도 생에 생기를 넣는 길 비싸지 않는 옷으로 하이패션을 부려보는 것도 역시 여백이다 아니 멋이다 이웃에게 없는 돈에 기부를 하면 이겐 진짜 여백이다 엣 선비들이 돈이 별로 들지 않는 시서화로 여백을 살렸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시장기가 밥맛을 내듯 여백의 들뜸은 일상에 의욕과 에너지를 준다 2019.02.14

자작시 2024.02.15

[서정주] 눈 오시는 날

눈 오시는 날 - 서정주 내 연인은 잠든 지 오래다. 아마 한 천년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낸다. 분홍, 분홍, 연분홍, 분홍, 그 봄 꿈의 진달래꽃 빛깔들. 다홍, 다홍, 또 느티나무 빛, 짙은 여름 꿈의 소리나는 빛깔들. 그리고 이제는 눈이 오누나… 눈이 와서 내리 쌓이고, 우리는 저마다 뿔뿔이 혼자인데 아 내 곁에 누워 있는 여자여. 네 손톱 속에 떠오르는 초생달에 내 연인의 꿈은 또 한 번 비친다

기성시 2024.02.14

2018.02.11 즉흥시

2018.02.11 즉흥시 내 이마에 따사한 햇살과 차가운 바람이 같이 스친다. 인생은 희비가 이렇게 엇갈리는 것인가 다 좋고 다 나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유명도 무명도 다 좋다 그냥 즐기면 된다 문제는 축제다 인생은 원래 뒤주박죽이다 우연성이 정말 맞다 여행을 해보면 누구를 만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무시간에 무상념, 무작위 합친 무상행도 있지 우여곡절 희로애락이 오버랩 되면서 뭔가 답이 보인다 그 고개를 하나하나 넘어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유무를 넘어서는 것이 삶의 묘미 아닌가 2018.02.11

자작시 2024.02.11

절대 순간

이별은 작은 죽음이라 하고 인생은 긴 이별에 짧은 만남이라 하지만 그대와 같이 한 시간은 절대 순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시간 추억과 회한이 교차하면서 생명감이 충족한 시간 가슴에 스며드는 아름다움이 꽃피운 시간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지만 강물에서 건져 올린 속살이 꽉 찬 물고기처럼 그대로 하여 건져 올린 알찬 시간들 사랑은 영원한 것도 아니고 그 순간에 살고 죽는 것 순간이 영원이라는 그 절대 원리에 따라 세월이 흘러도 절대 순간은 살아 있는 것 이별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듯 죽음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삶의 시작이듯 순간은 끝이 아니고 영원의 시작인 것을... 2002. 5. 13 여기서 그대가 누군지 모르겠다. 망각증이 심각하다

자작시 2024.02.09